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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2년물 1200억원, 3년물 3600억원, 5년물 2400억원, 7년물 800억원 등 총 8000억원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첫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 결과 최초 예정금액 5000억원의 9배가 넘는 4조7000억원이 몰렸고 발행금액은 총 1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외화채 발행 시장에서 총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회사채 발행 자금의 대부분을 혼다JV, 스텔란티스JV, 북미 현대차JV 합작법인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침체 우려와 실적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22조708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 36.5% 줄었다. 오는 6일 실적발표를 앞둔 SK온 역시 폭은 줄겠지만 적자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었다.
북미시장 정조준…공세적 투자 기조 유지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가격 인하 및 보급형 모델 출시 등으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도 “주요 조사 기관에 따르면 북미는 IRA 영향으로 연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5년 이후 본격적인 배터리 시장 성장기에 대응하고자 신규 거점 캐파 증설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기존 라인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들어서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캐즘(Chasm)’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나타냈던 삼성SDI도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초 2025년 가동 예정이었던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을 연내 조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현재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북미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아직 IRA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5조~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CAPEX 규모(3조원대 추정)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업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라면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상당한 규모의 자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