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췌장암, 효과 있는 항암제 많이 나와 '난공불락' 아닌 치료 가능한 암

'췌장암 명의'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췌장암 특별한 이유 없이 소화불량 등 증상 반복되면 의심
복부통증·체중감소·황달, 갑작스런 당뇨 증상도 문제
고령화와 함께 식생활 서구화로 발병률 꾸준히 증가해 주의
  • 등록 2020-07-14 오전 12:03:25

    수정 2020-07-14 오전 12:03:2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췌장암은 제때 치료받기 어려운 질병에 꼽힌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위내시경과 초음파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소화불량 증상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췌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는 아닐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암 중에서도 특히 ‘췌장암’은 ‘곧 죽는다’는 인식이 강한 암이다. ‘난공불락 암’으로 알려진 췌장암 분야 명의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췌장암은 ‘포기’가 아닌 ‘치료’ 가능한 암”이라며 “최근 발전한 치료법들로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는 만큼 췌장암에도 희망적인 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갑자기 체중 감소하면 의심

12일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률 8위로,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생활, 보편화한 영상검사 시행에 따라 매년 발생률이 증가한다. 지난 2011년 이후 전체 암 발생률이 연평균 2.6%씩 감소하는 반면, 췌장암은 1999년 이후 줄곧 발생률이 증가한다. 지난 2017년 발생한 췌장암 환자 수는 7032명에 달했다. 이는 2011년(3926명)에 비해 6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행인 점은 췌장암 진단이 늘고 있는 만큼 치료성적 또한 점차 향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15년간 10%를 밑돌던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이 최근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제는 수술 가능한 췌장암의 경우 최대 30%까지도 5년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췌장은 위 가장 뒤쪽에 있는 길이 15㎝, 무게 75~100g 정도의 가늘고 긴 장기다. 소화 효소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몸속 깊숙이 위치한 탓에 초음파와 혈액검사로도 초기에는 암을 진단하기 어렵다. 또 암이 커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암’으로도 불린다.

비교적 특징적이라 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은 복부 및 허리 통증, 급격한 체중 감소, 황달이 나타나는 것 등이다. 명치 부위와 허리, 등 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화불량 및 식욕부진, 한 달 이내 평균 체중의 10% 이상 감소가 나타나면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황달은 환자의 50%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암이 담관을 막지 않고 췌장의 꼬리 부위에서 발생할 경우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밖에 갑자기 당뇨가 발생하거나 잘 조절되던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췌장암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췌장암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를 끊었을 경우라도 10년이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만큼 낮아질 수 있다. 때문에 하루빨리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가족력이다. 췌장암 환자의 약 10%가 유전적 소인이 있어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병 위험이 3~6배 증가한다. 따라서 직계 가족 중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거나 나이에 상관없이 두 명 이상 췌장암을 앓았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5년 생존율 30%까지 높아져 완치도 가능

윤유석 교수는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 과거 췌장암은 수술로 절제를 해도 5년 생존율이 10∼20% 수준이었다. 또 진단 당시 약 50%의 환자들이 전이성 췌장암을 갖고 있어, 이들의 중간 생존 기간은 6개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윤 교수는 “최근 췌장암에 효과적인 항암제의 개발 및 치료성적이 향상되면서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30% 이상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전이성 췌장암의 경우에도 중간 생존 기간을 1년 정도로 예상할 수 있게 됐다. 환자 삶의 질도 훨씬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힘든 경우에도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할 수 있어 완치하는 환자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췌장암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췌장암은 어느 한 군데 국한하지 않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쉽게 된다. 때문에 수술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암세포들이 숨어있다가 자라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전이나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수술 후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선택해 병행해야 한다. 결국 췌장암 치료 핵심은 수술,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포함한 복합적 치료를 환자들이 얼마나 잘 완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효과적인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치료요법들이 가능해지고,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이전에는 가능하면 수술적 절제를 우선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 후 높은 재발이 문제였다. 최근에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선별해 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수술할 수 없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항암제를 쓰면서 생존기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의지와 긍정적 마음가짐이 중요

췌장암이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고 완치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췌장암에 대한 치료성적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위험 요인을 줄여 예방하고 진단 후에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흡연과 음주, 고칼로리 식사를 피해야 한다. 또 평소 당뇨가 있거나 가족 중 췌장염 혹은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별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윤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암이라는 질병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압박감과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안감에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생각은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췌장암 완치가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운데)가 췌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그는 “췌장암은 낙공불락의 암이 아닌 ‘치료’ 가능한 암”이라며 “최근 발전된 치료법들로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포기하지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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