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관광지는 가라…방방곡곡 핫해지는 K-관광 [여행]

국내 관광거점도시 탐방 ⑥ 종합편
5개 도시에 약 5000억원 투입 사업
2025년까지 지방 관광 중심지 마련
하루 더 머물게 할 야간관광지 조성
색다른 무대와 공연으로 관광객 유입
주요 관광지, 신규 명소 연결 추진 등
서울·제주 쏠림 딛고 지역관광활성화
  • 등록 2024-03-29 오전 6:00:00

    수정 2024-03-29 오전 6:00:00

경관조명 특화사업이 진행되는 목포대교 (목포시 제공)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서울, 제주 등 특정 지역에 쏠린 관광 수요는 우리 관광산업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정부가 2020년부터 5개년 장기 플랜을 갖고 전국 각지에 ‘관광거점도시’를 조성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광거점도시 사업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강릉과 목포, 부산, 안동, 전주 5개 도시를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도시로 육성하는 게 골자다. 수도권과 대도시 못지않은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로 인근에 관광객을 흩뿌리는 ‘허브’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2025년 5개년 사업 완료를 앞둔 관광거점도시를 △야간관광 △콘텐츠 △연결 △신규 명소 등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야간관광 - 밤을 즐기며 하루 더 머문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800년을 이어온 ‘선유줄불놀이’와 전통공연 (안동시 제공)
지방 관광의 숙제 중 하나는 숙박 여행객 증대다. 지역에서 ‘하루 더’ 머무는 체류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매력적인 ‘야간 볼거리’다. 관광거점도시에서 새로운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목포의 차세대 핵심 콘텐츠는 ‘목포대교 경관조명 특화사업’이다. 내년까지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에 LED 조명을 더해 화려한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미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다. 목포시는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금~일요일) 야간에 다양한 조명 패턴의 ‘아트쇼’를 선보여 신규 및 재방문객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안동은 ‘선유줄불놀이’를 연중 특별 이벤트로 확대한다. 8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불꽃놀이로 매년 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일대에서 선보이던 이벤트다. 지난해부터 연 5회로 횟수를 늘린 선유줄불놀이는 전국 각지에서 10만 명을 모아 큰 성공을 거뒀다.

강릉 경포호의 라이트아트쇼 조감도 (강릉시 제공)
강릉에서는 경포호 주변에 ‘경포달빛 아트쇼’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포호에 지름 8m 크기의 커다란 인공 달을 띄워 새로운 야간 명소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어둡기만 하던 경포호가 빛과 음악, 영상이 더해진 화려한 무대로 재탄생, 지역에 체류형 방문객을 늘리는 명물로 자리할 것으로 강릉시는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 - 관광객 설레는 오감 자극 공연과 쇼

전통 가락에 대중음악을 혼합한 ‘조선팝 페스티벌’ (전주시 제공)
관광객의 발길과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을 공연 등 콘텐츠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전통 색채를 덧입혀 차별성, 독창성을 강조한 새로운 볼거리들이 내년 연말까지 연달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목포에서는 지난해 선보여 히트를 친 ‘해상W쇼’가 다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지난해 한 번에 1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지역 상권 등에 100억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안겨줬다. 올해는 공연에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무대를 신설하고 특수효과 등 설비를 업그레이드 한다. 단순 볼거리를 넘어 목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에 불꽃쇼, 춤추는 바다분수, 드론쇼 등을 결합해 지역 대표 야간 콘텐츠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전주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통 가락에 대중음악을 혼합한 새로운 공연 콘텐츠인 ‘조선팝 페스티벌’, 매력적인 재즈의 선율과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결합한 ‘전주 미니 재즈 페스티벌’ 등 MZ세대가 호감을 느낄 만한 콘텐츠는 예스러운 분위기가 짙은 전주를 새롭고 트렌디한 명소로 바꾸고 있다.

안동호 수상공연장 조감도 (안동시 제공)
안동시는 월영교 인근에 ‘안동 물빛 에스프리 수상공연장’을 조성해 상설 야간공연 개발에 나선다. 안동의 역사를 주제로 한 공연과 음악분수, 워터스크린, 레이저, 불꽃 등을 총망라한 종합예술공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주변 산과 바다까지 공연의 배경으로 삼는 거대한 스케일로 지난해 12월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연결 - 주요 관광지 이외 지역으로 여행객 분산

벚꽃과 어우러진 안동의 월영교 (안동시 제공)
유명 관광지에만 몰리는 방문객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강릉은 ‘경포 환상의 호수’를 통해 경포호에서 이어지는 약 700m 길이 산책로에 지역 설화, 생태 등을 주제로 한 실감형 콘텐츠를 조성하고 있다. 야간조명과 특수효과, 영상으로 단장한 이곳에서 허난설헌 생가터와 맛집, 카페가 많아 ‘핫플’로 떠오른 초당동으로 이어지는 야간관광 동선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상권에서 떨어져 있던 관광지가 관광거점도시 사업 이후 하나로 연결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안동은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해 ‘테마화거리’를 조성한다. 철로를 걷어내 을씨년스럽던 와룡터널을 ‘빛의 터널’ 등으로 재창출해 월영교에 집중된 관광객의 발걸음을 돌리고 지역 체류시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도심에서 월영교로 이어지는 관광코스 개발과 기차가 끊긴 성락철교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도 함께 진행된다.

연꽃이 활짝 핀 전주 덕진공원 (전주시 제공)
전주는 한옥마을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커다란 관광권역을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을지훈련 사령부로 쓰이던 완산 벙커는 올 상반기 중 전시체험 공간과 실감형 콘텐츠를 갖춘 ‘완산 벙커 더 스페이스’로 재탄생한다. 전주는 ‘한옥마을이 전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꽃으로 유명한 덕진공원, 예술을 테마로 한 서학동예술마을 등을 연결해 다목적 체류형 관광지로 만드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의 ‘세븐브릿지’ 중 하나인 광안대교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은 ‘세븐브릿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에 놓인 7개 다리(광안대교·부산항대교·영도대교·남항대교·을숙도대교·신호대교·가덕대교)를 묶어 가볼 만한 곳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교량 주변 명소화를 위해 다리마다 스토리를 입히고 드라이브 코스 개발, ‘인생샷’을 위한 뷰 포인트 등을 발굴해 ‘7번 설레는’ 부산 여행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신규 명소 - 관광자원과 부대 시설의 개발

을숙도생태공원 전경 (부산시 제공)
지역색을 강조한 색다른 관광자원에 여행의 편리함을 높여줄 부대시설과 서비스도 선보인다.

목포의 근대 건축자산인 옛 목포세관 건물은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는 문화 체험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세관 창고 2개 동 벽면에 미디어 파사드 경관 조명을 추가하고 창고 사이에 있는 광장에 LED 디스플레이와 미디어폴을 설치한다. 세관 발굴터 내부에는 ‘목포해관’의 옛 모습을 재현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작품을 전시하고, 해관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디지털 조형물도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은 생태관광의 명소인 을숙도를 새롭게 정비했다. 철새 탐조 전동카트 신형 도입 등의 인프라 개선, 철새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탐조전망대 설치 등으로 도심만 찾던 관광객이 자연을 누리는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전주는 ‘전주역 통합관광센터’ 조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주역 인근 주차장 구역에 세워지는 시설로 전주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과 관광 안내 기능을 포괄한다. 센터에는 여행객을 위한 관광 라운지, 굿즈 홍보관을 비롯해 MICE 시설, 관광 크리에이터 창업 공간, 관광 유관기관 사무실 등이 들어선다. 또한 1층에 광역교통 복합 환승장이 마련돼 대중교통 및 관광교통 이용수요 확대를 통한 유동인구 증대와 주변의 상업, 숙박시설 등의 활성화를 꾀한다.

이 모든 것은 관광거점도시 사업으로 2025년까지 구현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거점도시의 모든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도록 지원하고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김요한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은 “인프라부터 콘텐츠, 수용태세를 모두 아우르는 관광거점도시 조성사업이 국내외 관광객에게 지역 방문과 체류 여행의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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