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모주 훨훨나는데, 신통찮은 코스피 IPO 왜?

코스피 공모주 수요예측 참패, 비싼 공모가탓
코스피 5곳 중 1곳 공모가 희망 밴드 하단 확정
"코스피 IPO, 코스닥과 달리 기업별 이슈 봐야"
  • 등록 2023-11-22 오전 5:30:00

    수정 2023-11-22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올해 코스피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흥행 참패를 겪었다. 두산로보틱스(454910)를 제외하면 코스피 시장에 도전한 기업들 대부분이 IPO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공모가를 줄줄이 낮췄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코스닥 IPO 기업들과는 다르게 코스피 IPO 기업 만큼은 개별 기업 이슈에 집중하고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올해 코스피 상장 기업들, 수요예측 참패…이유는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에 출사표를 던지고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의 상단 혹은 상단 이상으로 확정한 기업은 5곳 중 두산로보틱스 한 곳이다. 넥스틸(092790)과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450080), 동인기연(111380)은 모두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 혹은 하단을 하회한 공모가를 최종적으로 정했다.

올해 코스피 상장 첫 타자였던 넥스틸은 지난 8월 공모가가 희망 밴드(1만1500∼1만2500원)의 하단인 1만1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에코프로머티도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1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종 공모가를 희망범위(3만6200~4만4000원) 최하단인 3만6200원으로 정했다.

동인기연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26대1을 기록했고, 희망밴드(3만3000~3만7000원)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인 3만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심지어 수요예측 참여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은 단 1주도 없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흥행 참패를 확인하고 IPO를 철회하기도 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코스닥 기업의 경쟁률은 코스피 기업 대비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공모가도 대부분 희망 범위 상단 혹은 상단 초과에 확정했다. 기업이 가진 사업성과 무관하게 좋은 IPO 시장 분위기의 흐름을 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머티와 수요예측 기간이 일부 겹쳤던 스톰테크(352090)캡스톤파트너스(452300)는 수요예측에서 각각 573.97대 1, 952.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스톰테크는 공모가 희망 범위(8000~95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1000원에, 캡스톤파트너스는 공모가 희망범위(3200~3600원)의 상단인 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동인기연과 수요예측 기간이 정확히 겹쳤던 코스닥 상장사 에코아이(448280)는 75.14대 1을 기록했다. 에코아이는 공모가 희망 범위(2만8500~3만4700원)의 상단인 3만47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넥스틸과 수요예측 기간이 겹쳤던 코스닥 상장사 빅텐츠(210120)는 731.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 희망범위(2만1000~2만3000원) 상단인 2만3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공모가 자체가 워낙 비싸게 올라왔기 때문에 코스피 IPO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친 측면이 있다”라며 “코스닥 IPO 기업의 경우는 시가총액이 적은 벤처 기업들이고, 대부분 코스닥 벤처펀드에 편입이 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받는다 하더라도 수급적인 부분이 해결되지만, 몸집이 큰 코스피 IPO 기업들은 이와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주가 희비 갈려…“개별 기업 이슈에 집중해야

다만, 상장 이후 코스피 IPO 기업들이 가진 개별 기업의 이슈에 따라 주가의 희비가 갈렸다. 에코프로머티는 상장 후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29.88% 급등했다. 공모가 대비로는 166.57% 오른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지만, 최근 테슬라가 사이버 트럭 출시를 앞두고 있고, 중국이 테슬라를 향해 중국 내 발전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는 등의 이유로 2차전지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했고, 에코프로머티 역시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로보틱스도 3분기 매출액이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적 회복 속도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고, 최근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사업성을 인정받으면서 이날 기준 공모가 대비 129.23% 올랐다.

반면, 강관의 생산과 판매를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넥스틸은 철강 업황이 부진하는 등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넥스틸은 공모가 대비 21.39% 하회하고 있다. 이날 상장한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주문자개발생산 기업 동인기연은 공모가 대비 2.83% 하락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보다 낮은 공모가를 선택했음에도 의류업황 부진 등의 영향과 비싼 공모가가 주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향후 DS단석, 에이피알, 엔카닷컴 등이 코스피 신규 상장을 대기하며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전체적인 IPO 시장의 분위기보다는 개별 기업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특례상장제도가 많은 코스닥 기업은 동종업계 기업의 흐름과 함께 IPO 시장 분위기에 수급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지만, 그러한 제도가 없는 코스피 상장 기업은 오로지 개별 기업의 이슈만으로 시장 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데일리에 “코스닥 IPO 기업과 코스피 IPO 기업을 다르게 봐야 하는데 그 이유는 상장심사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심사제도상 특례상장 등 여러 제도가 많은 코스닥 IPO 기업은 시장 분위기와 흐름 등에 의해 수급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코스피 IPO 기업은 흐름과 분위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주식 가격과 사업성 등 기업 자체만으로 가치 산정이 이뤄진다”며 “향후 코스피에 상장하는 IPO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 이슈에 집중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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