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 반쪽부활]②"檢 직접수사 축소 동의하지만 자본시장범죄에는 예외둬야"

'마지막 합수단장' 김영기 변호사
검사 '백업' 수준 머무르면 '생색내기식 부활' 그칠 가능성
검찰에 수사권 맡기기 어렵다면, 증권범죄수사청 만들어야
  • 등록 2021-07-12 오전 6:00:00

    수정 2022-03-28 오후 2:57:12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는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자본시장범죄에 대해선 예외를 두는 게 맞습니다. 검찰 역할이 자료 분석만 하는 정도에 그치면 큰 효과는 없을 겁니다.”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진=화우 제공)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마지막 단장이었던 김영기(51·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최근 단행한 검찰 직제 개편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에 신설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하 협력단)’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협력단과 검찰 수사에 직접적인 연계가 없다면 자칫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합수단 폐지를 눈앞에서 지켜봤다. 단장으로서 법무부에 3차례나 의견을 내며 합수단 존립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는 특별한 설명 없이 합수단을 폐지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검찰 힘 빼기’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는 정부 정책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적어도 자본시장 범죄와 관련해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선 제대로된 수사만 한다면, 어느 수사 기관이 수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간 검찰이 자본시장범죄 수사를 거의 독점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찰보다 자본시장범죄 수사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도 언젠가 자본시장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키운다면,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고 통제는 검찰이 하는 방향성도 괜찮다”면서도 “아직은 그럴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수사 공백’이 생겨 범죄자들만 이득을 보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 범죄는 ‘조직적’이고 ‘거대화’됐으며 ‘지능적’으로 ‘국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주가 조작’ 혐의는 매매 데이터 분석에서 수사가 출발하는데, 매매 데이터 분석은 한국거래소의 협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검찰이 아무리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제보를 받더라도 관계 기관의 협력 없이는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협력단에 대해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합수단에서 검찰과 유관 기관이 ‘원팀(one team)’ 체제로 움직인 것처럼 서울남부지검 내 협력단과 직접 수사를 하는 금융조사부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할 것”이라며 “검사 역할이 ‘백업’ 수준에 머무르면 그저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궁극적인 대안으로 가칭 ‘증권범죄수사청’을 제안한다. 정책적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맡기기 어렵다면, 검찰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검찰을 비롯해 경찰, 금융 유관 기관의 필요 인력을 모아 범죄 대응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 어떤 폐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주목해 당국이 적극적,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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