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동산시장 투명화를 위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 등록 2021-04-06 오전 6:00:49

    수정 2021-04-06 오전 6:00:49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부동산에 관한한 한국사회는 ‘피로사회’이자 ‘저신뢰사회’라고 할 수 있다. 몇 년째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부동산 뉴스들은 가격상승, 공기업직원의 투기,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거래까지 실로 전방위적으로 국민들을 피로하게 한다.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위법,탈법 행위들이 집값상승에 일조하며 주거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단지 가격의 문제만이 아니다. 위법, 탈법한 거래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위법, 탈법은 분양단계, 매물단계, 계약단계의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한다.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나 가점을 높이기 위한 부적격 행위들도 광의의 탈법행위에 포함할 수 있다. 집값 답함 등도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계약단계의 위법, 탈법 사례로는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개조해 매매나 임대하는 경우, 불법 옥탑방이나 방쪼개기 등이 있다. 근린생활시설로 인허가 받은 건축물을 주택으로 전용한 물건들이 시장에서 ‘근생빌라’로 거래된다. 건축면적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근린생활시설의 주차장 확보기준을이 주택에 비해 낮은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방쪼개기는 대학가나 다세대가 많은 지역에 많은데, 구청 등에 신고하지 않고 방을 임의로 나눠 임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가 강력히 단속하고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하지만, 위반 건축물로 인한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주거용이 아닌 건축물에도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위반건축물을 주기적으로 양성화해 퇴로를 열어주다 보니 불법 건축물 매매·임대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위반 건축물인지 모르고 거래한 매수자나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거래를 도운 공인중개사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부동산정보 유통도 문제가 된다. 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는 신뢰성이 검증된 정보가 아니므로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이밖에도 기획부동산이나 업다운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위법, 탈법이 자행되며, 일반 국민들이 그 피해자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위법, 탈법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적발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담당할 조직도 필요하다. 이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될 수도, ‘주택부’, ‘주택청’ 등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치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반대하는 이들은 공공기관 구성원의 일탈로 촉발된 사태에 일반 국민의 부동산거래까지 광범위하게 감시하는 기구 설치로 대응하는 게 적절하냐고 지적한다. 공공부문 비대화와 개인정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감시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과 전문적 관리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건강,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문성 등을 감안해 질병관리청, 금융감독원 등 전문조직을 둬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019년 80만5000건, 2020년 128만건에 이른다. 전월세거래량은 2018년 195만4000건, 2020년 218만9000건으로 매매보다 훨씬 많다. 엄청난 양의 부동산 거래가 매일 이뤄지지만, 이에 대한 위법, 탈법을 감독하는 기구는 없다. 국토교통부는 정책 수립과 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고 기초자치단체도 이상거래를 단속하고 관리하기에는 전문성, 인력 등이 여유롭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이상거래나 위법, 탈법 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국민 주거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바라건데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부동산시장의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은 국민들의 주거안정뿐 아니라 한국이 ‘신뢰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제도가 정착되면 그로 인한 수혜는 전 국민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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