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제정을 놓고 노사가 이렇게 대립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처벌 대상 중대재해의 범위와 처벌의 수위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한과 하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행령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노동계로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경제계로서는 부담스럽게 여길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한 노사 양쪽의 반발은 이런 이해관계 엇갈림의 표출로만 볼 수 없다. 노사를 떠난 중립적인 관점에서 봐도 그 내용에 부실하거나 모호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 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경영자나 사업주가 사전에 이행해야 할 의무가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자와 노동자 각각의 책임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하는 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번 시행령 안은 오늘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정부는 그 사이에 각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충실한 보완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예고안을 그대로 시행령으로 확정한다면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법 시행 이후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