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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93년 노르웨이에서 맺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첫 평화 협정인 오슬로 협정. 그 뒷이야기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펼쳐졌다. 열정적인 사회학자 티에유 라르센의 물밑 접촉으로 모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자들. 오랜 민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였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나는 단 한 번도 이스라엘 사람을 만난 적이 없소.” 팔레스타인 재무장관인 아흐메드 쿠리에의 고백으로 잠시 숨을 돌리는 사람들. 그러나 평온함도 잠시일 뿐 “제가 관여할 부분은 여기까지”라는 티에유 라르센이 이들을 한 방으로 몰아넣으면서 긴장감은 다시 고조된다. 적으로 만난 이들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국립극단이 2018년 하반기 신작으로 선보이는 연극 ‘오슬로’는 최근 남북간의 화해 무드를 직간접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남북과 달리 서로 다른 민족의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적대적인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로 나아가려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한국 관객에게도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날 연습 장면 시연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작품이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이 우리의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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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작가 J. T. 로저스의 작품으로 2016년 뉴욕 초연 후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립극단을 이끌고 있는 이 예술감독이 취임 이후 국립극단에서의 첫 번째 연출작으로 선택해 공연을 진두지휘한다.
작품은 노르웨이의 한 부부가 비밀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이뤄내는 과정을 그린다.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속도감 있는 서사에 블랙 유머를 적절하게 녹여내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다.
극단 양손프로젝트의 배우 손상규가 모나 율의 남편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비밀 협상을 주도하는 사회학자 티에유 라르센 역을 맡는다. 그는 “대본에서 인물들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이 작품은 적에서 친구로 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보여준다”며 “그 길이 힘든 길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가야하는 길이며 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슬로’는 오는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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