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도로 돌아선 연기금…반도체·2차전지 팔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8월1~11일) 들어 국내 증시에서 7437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19억1800만원을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연기금이 이달 들어 매도한 종목은 2차전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POSCO홀딩스(005490)를 2054억원 순매도했다.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003670)도 423억원 내다 팔았다. 2차전지 베터리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도 각각 690억원, 518억원 순매도했다. LG화학(051910) 역시 566억원 팔았다.
반도체 업체들 역시 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연기금의 순매도 종목 1위는 삼성전자(005930)로 순매도 금액은 223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502억원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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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모멘텀 종목 관심↑…아모레·네이버 ‘찜’
연기금은 2차전지와 반도체주를 매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화장품 관련 종목을 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아모레퍼시픽(090430)으로, 659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051900)도 413억원 순매수했다. 화장품 판매 채널이자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008770)도 454억원 담았다.
그간 증시에서 사실상 소외주로 손꼽혀온 화장품주를 적극 매수하고 나선 배경은 저평가된 종목 중 화장품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6년 만에 허용하며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국은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 허용 방침을 발표했다. ‘유커’의 귀환으로 화장품 판매가 늘어나고 업체들의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연기금이 그동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정보기술(IT) 관련주도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연기금은 삼성에스디에스(018260)를 479억원 순매수했고 뒤이어 NAVER(035420)(네이버)를 457억원, 카카오(035720)를 366억원 담았다.
IT 관련주를 선제적으로 매수한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 본격화가 손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초거대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이어서다. 네이버는 이달 초거대 언어모델은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일 예정이며 카카오도 4분기 생성형 AI인 ‘코챗(KoGPT)’를 선보이고, 연말에는 AI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에스디에스도 회사 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궈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반기 주가 반등을 이끌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AI 관련한 모멘텀은 네이버의 8월 하이클로바X, 하반기 중 카카오의 KoGPT 공개로 본격 회복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