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불황 겨눈 화살 셋…'AI·미래차·中리오프닝'

글로벌 메모리 불황 지속…올해도 삼성·SK 실적부진 예상
챗 GTP發 AI시장 성장세…HBM3 등 고성능 메모리 개발
전기·자율주행車 수요도 급증 전망…"서버 온 휠에 집중"
전문가들 "中 모바일 수요 적중시킬 차세대 AP개발 중요"
  • 등록 2023-03-08 오전 6:00:00

    수정 2023-03-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영지 이다원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기업이 지속하는 반도체 불황에서 역성장하며 고전 중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AI)과 미래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등 생존 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방역 정책을 완화한 만큼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대중(對中) 수출도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삼성·SK, 역성장에 적자 우려…해답은 AI시장 선점

7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매출은 241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해 3분기(465억 달러)의 52%에 불과한 수치로, IT제품 수요 감소는 물론 판가 하락의 영향이 컸던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2조320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영업손실은 2조7022억원으로 전망돼 적자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이들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AI 챗봇인 ‘챗GPT’ 열풍도 이 같은 수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444억달러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27.8% 성장한 것으로, 2026년에는 86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데이터를 생성·저장·처리하는 고용량·저전력을 강점으로 하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황에도 불구, AI 반도체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챗GPT에 활용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HBM(고대역폭 메모리)3’ 등이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HBM을 활용한 ‘HBM-PIM’을 내놨다. HBM에 연산 기능까지 더해져 시스템 성능과 효율이 향상되는 점이 특징이다. AI,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용량 D램 기술(CXL 기반 D램 메모리)도 개발했다. 고성능 메모리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처리 기능을 처리할 융복합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나섰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AI 반도체는 가전, 자동차에도 탑재되고 있어 채용량은 급증할 것”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도 개발에 나서 생태계 조성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HBM-PIM(왼쪽)과 SK하이닉스의 HBM3. (사진=각 사)
“자동차는 바퀴 달린 서버”…차량용 메모리 개발 한창

양사가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장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장치가 많이 필요해 반도체 수도 늘어난다. 지난해 반도체시장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매출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익이 커진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50억달러에서 연평균 9%씩 성장해 2026년 7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엔 11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차랑용 반도체를 서버·모바일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3대 응용처로 점찍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실적발표회에서 “(자동차를) ‘서버 온 휠(바퀴 달린 서버)’라고 부른다”며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탑재량이 늘고 자동차 전장 수준이 올라가면 사양 자체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차세대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집중했다. 그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도 개발·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5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미국 AI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며 고객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LPDDR 등 메모리 솔루션을 차량용으로 공급한다. 지난해 8월 인수한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를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5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미국 AI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CV3-AD685’를 생산한다. (사진=삼성전자)
‘中 리오프닝’ 효과도 기회…‘고위기술’ 제품 수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으로 인한 모바일 등 IT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 회복 기대감이 커진 점도 우리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팬데믹 특수 약화, 글로벌 경기부진 등으로 글로벌 IT경기가 둔화해 대중 IT 중간재 수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고위기술 중간재에 대한 수요확대는 대중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종목인 중간재의 중국 자급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체할 수 없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제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학회장은 “모바일뿐 아니라 기기마다 AP를 채용할 것으로 보여 채용량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전장과 가전사업도 영위하고 있어 기기 간 연결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5세대 이동통신(5G) 탑재를 겨냥한 LPDDR5 uMCP(멀티칩 패키지)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모바일 D램과 UFS 3.1 규격의 낸드 플래시를 하나로 패키징해 모바일 기기 설계에 장점을 갖춘 제품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모바일용 D램인 LPDDR5T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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