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질 듯 안 없어진 `좀비稅` 유류세, 확실히 뜯어 고치자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 등록 2021-11-25 오전 7:02:00

    수정 2021-11-25 오전 7:02:00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정부가 갑자기 사상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를 시행에 옮겼다. 1조6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무릅 쓰고 밀어붙인 정부의 통 큰 퍼주기 정책이다. 그런데 빛이 바래고 있다. 무섭게 치솟던 국제 휘발유 가격이 갑자기 내림세로 돌아서 버린 탓이다.



최근 2주 사이에 배럴당 2달러가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아흐레 동안 무려 10%나 떨어졌다. 미국·중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기름값은 언제든지 큰 폭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

유류세는 대표적인 `좀비 세금`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 교육세(15%)와 주행세(26%)를 합치고 10%의 부가세를 더한 것이 유류세다. 1994년에 교통세로 처음 도입했다. 10년 동안만 운영하겠다는 약속은 믿을 것이 아니었다. 2004년에는 에너지 소비 현대화와 환경 보호라는 기묘한 명분을 내놓았다.

그렇게 등장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년마다 되살아나는 기적을 반복하고 있다. 올 연말에도 또 3년을 더 연장한다. 한시적 유류세가 무려 31년을 장수하는 셈이다. 유류세는 소비자의 등골을 빼먹을 정도로 과도하고 불합리하다. 폐해가 막심하다. 가짜 기름도 사실은 유류세를 내지 않은 탈세 기름이다. 기름값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탄력세 제도 때문에 유류세가 정부의 선심용 퍼주기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도 사실이다.

경유를 싸구려로 만들어 버린 것도 유류세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정부가 과중한 유류세의 정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류세로 거둬들인 엄청난 예산을 법률에 명시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도 불확실하다.

목적세인 유류세는 저소득층과 운송사업자들에게 특별히 부담스럽다. 정부의 세수 구조를 기형적으로 왜곡하는 것도 유류세다. 에너지 세수의 80.7%가 수송용 연료에 집중되고 있다. 조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 중 28위에 지나지 않는데 우리의 에너지·환경세 부담은 유난히 높다. 부담률(2.54%)과 세수 비중(14.1%)이 모두 OECD 평균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핑계로 검토하고 있는 탄소세를 도입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유류세를 그대로 두면 탄소세 도입은 불가능하다. 명백한 이중 과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확실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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