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거나 고급지거나'…어중간하면 폐업한다②[소비양극화]

외식업 매출 부진 속 '호텔 뷔페'는 두 자릿 수 증가
밀키트 대체 불가한 '패스트푸드'도 9% 늘어
저녁 회식 문화 감소에 영업시간 2~3시간 단축
4월 누적 자영업 폐업 4만3000건, 작년의 43% 수준
음식·숙박 '나홀로 사장님' 3년째 감소
  • 등록 2024-06-11 오전 5:00:00

    수정 2024-06-11 오전 5:26:33

4월 28일 서울 시내 한 상가 공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외식비도 팬데믹 이후 20% 가량 오르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사람들이 외식을 할 때 이전보다 신중해지면서 패스트푸드 같은 저렴한 음식이나 호텔 뷔페처럼 비싸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랑할 만한 고급 음식점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반면 밀키트로 대체 가능한 어중간한 식당들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호텔 뷔페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 vs 주점은 감소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전국 외식업 매출액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44조29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0.4% 감소했다. 그러나 업종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15개 업종 중 뷔페(호텔뷔페 포함) 매출액은 2576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뷔페는 보복 소비가 일어났던 2022년 67.3% 급증한 이후로도 작년 24.8% 증가세를 이어갔다.

패스트푸드도 4월 누적으로 매출액이 3조837억원을 기록해 9.6% 증가했다. 패스트푸드는 2021년 28.5%, 2022년 23.3%, 2023년 14.1%로 매출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외식업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가격이 싸거나 비싸더라도 SNS에서 자랑할 만한 외식 소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직장인 저녁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주점의 매출액은 쪼그라들고 있다. 유흥주점과 주점 매출액은 보복 소비가 한창이던 2022년 각각 158.2%, 62.5%로 급반등한 후 작년에도 16.5%, 10.1%로 매출이 증가하는 듯 했으나 올 들어 5.1%, 8.2%로 감소세를 보였다. 밀키트로 대체가 가능한 외식업도 매출이 부진하다. 한식 음식점은 2022년 매출액이 28.7% 증가한 후 작년 10% 늘어났는데 올 들어 4월까지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쌀국수 등 세계요리도 올 들어 매출액이 6.9% 줄었다. 반찬·국 배달, 고속도로 휴게소 등 기타음식점은 작년에도 매출액이 0.6% 감소하더니 올 들어 12.6%나 급감했다.

배달의민족, 쿠팡잇츠, 요기요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플랫폼의 외식 소비 행태는 특정 가게에 쏠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배달을 할 경우 한 다섯 군데 이내에서 주로 배달을 시켜먹지, 그 범위가 넓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식 맛이 탁월하거나 가격이 싸거나 하는 식으로 특장점이 있어야만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노란우산공제 폐업 사유에 따른 지원건수 및 지원금액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 외식 자영업자, 영업시간 줄이거나 문 닫거나


이러한 소비행태 변화는 외식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 단축, 폐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올해부터 두세 시간씩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주변 가게들이 올해부터 두세 시간씩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영업시간을 두 시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는 문화가 사라진 데다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차라리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올 들어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폐업을 이유로 ‘노란우산공제’를 받은 건수는 4만2888건, 5442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비 폐업 건수로는 9.6%, 지원금액으론 19.9% 늘어난 것이다. 아직 4월까지 데이터인데 폐업 건수는 작년 한 해 1만15건(1조2600억원)의 43%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 4명 중 1명만 노란우산공제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실제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음식숙박 자영업자 수는 올 1~4월 월평균 66만5600명으로 작년 월 평균(66만9400명) 대비 0.6% 감소했다. 특히 음식숙박업을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올 들어 1.7% 감소하는 등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점이라면 ‘맛’하나는 최고라든지 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재화,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 인센티브를 높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괜찮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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