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주류업계와 소비자 등을 중심으로 주류 통신판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주류 인·허가 및 유통 전권을 가진 국세청이 본격적인 해외사례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데다 소상공인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마트 와인 매장에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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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세청은 ‘해외 각국의 주류 통신판매 현황 및 기타 규제사항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세청이 주류 통신판매 관련 공식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역대 처음으로, 올해 연말까지 연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이 이번 연구의 목적을 ‘통신판매를 허용 중인 국가의 주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별도규제에 대한 연구 검토 및 관련 규정의 개선방안’이라고 밝힌 만큼, 통신판매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완책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주류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전통주에 대해선 제조자가 직접 판매하는 경우 온라인 등 통신판매가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가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의 통신판매가 가능했던 것도 전통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20년부터는 음식점에 전화·배달앱을 통해 주문했을 때 전체 주문금액의 50% 이하인 주류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통신판매를 허용했다.
앞서 주류 통신판매 논란을 촉발한 것은 ‘와인’이었다. 일부 수입상이 와인 유통을 독과점하면서 소비자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신판매를 허용해 유통구조를 다양화해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2년 당시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이 중재자로 나서 공정위·국세청 등이 끝장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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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통신판매를 허용할 경우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소비자 편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서 “주류 소비 중심이 유흥용에서 가정용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소규모 주류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제공해 신규 창업자의 진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을 제외한 주류업계도 통신판매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주류에 대한 접근성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는데다, 특히 청소년 주류 접근 차단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 반대하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스위스는 통신판매 물량의 41.5%가 청소년에게 판매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류 통신판매가 문제가 되고 있다. 식당 등의 방문빈도가 낮아져 골목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소상공인들의 우려도 크다.
국세청은 통신판매시 미허가 주류판매업자의 무자료 거래로 인한 세원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통신판매 확대에 관해 중립적인 입장”이라며 “관계부처 및 주류업계와의 협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