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이광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넉 달 만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18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수조원대 자금을 확보한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잇따른 출현에도 코로나19 여파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액이 몰라보게 쪼그라든 것이다. M&A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유동성 확보를 노리던 기업들은 시장에 켜진 경고등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12일 이데일리가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005940)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를 덮친 올해 1~4월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완료 기준)은 2조5499억원으로 나타났다. 2014년 12월 사모펀드(PEF) 규제 완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9조2554억원)을 크게 밑돈 것을 넘어 2002년(1조1264억원)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별로는 올해 1월 M&A 규모가 8412억원으로 지난해(7404억원)를 웃돌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거진 2월 거래규모가 8402억원으로 전년(3조1299억원) 대비 73% 급감하더니 코로나19가 정점에 다다랐던 3월과 4월에는 각각 4026억원, 4660억원으로 줄면서 2011년 2월(4654억원) 이후 9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올 1분기 인수를 앞두던 7조원 규모의 미래에셋의 미국 호텔 15곳 인수 취소와 2조5000억원 규모의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시장에 활력을 가져다줄 조(兆) 단위 ‘빅딜’(대형 거래)이 자취를 감춘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례없는 시장 침체에 하반기도 위축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M&A 시장에 코로나19가 더해지면서 거래 규모가 유례없이 급감했다”며 “급락 후 급반등이 가능한 증시와 달리 M&A 시장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측면이 서서히 반영되는 측면이 있어 한동안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이 얼어붙자 M&A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기업들은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M&A 논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예상보다 유동성 확보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며 “자칫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