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헛도는 신재생 막으려면

신·재생 발전사업자 피해 쌓이며,
관련산업 발전 위축 우려도 커져
전력망 안정 조치 불가피하지만,
명확한 원칙·보상 아래 시행해야
  • 등록 2023-06-27 오전 5:30:00

    수정 2023-06-27 오전 5:30:00

[제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이 조직폭력배보다 더 무섭습니다.”

제주도에서 750킬로와트(㎾) 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는 홍상기 제주강산에너지 대표는 기자에게 그 간의 피해 상황을 설명하다가 울분을 터뜨렸다. 한전이 올 들어서만 20여차례, 햇볕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전기를 끊어버리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가 지난 8일 12개 사업자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단순히 일부 사업자들만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급량 조절이 불가능한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발전량이 증가하면 출력제한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재생 발전 비중이 9.3%밖에 안되는 현 시점에서도 태양광·풍력에 대한 출력제한이 올 상반기에만 89차례 벌어졌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정부 목표대로 2036년 신재생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면 계통 안정 관리는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이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 정권을 탓하며 정치 공방으로 질질 끌 일이 절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송배전 인프라를 충분히 고려치 않은 채 신재생 발전을 늘린 죄가 있다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도 충분한 준비 없이 1메가와트(㎿) 이내의 소규모 발전사업자에 대한 전력계통 연계를 허용하며 단초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결코 누구 잘못이라고 몰아세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라도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 송·배전망 투자를 늘리고, 전기 수급 지역을 일치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 없인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 계획도, 미래 탄소중립 사회도 ‘일장춘몽’일 뿐이다. 이참에 출력제한에 대한 원칙과 피해 사업자에 대한 보상 체계도 정립해야 한다. 지금껏 전력당국과 신재생 발전사간 합의로 얼렁뚱땅 해왔지만, 이젠 산업이 커진만큼 선명한 기준이 필요해졌다. 전 세계적인 신재생 확대 흐름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홍상기 ㈜제주강산에너지 대표가 본인이 운영하는 태양광발전소에서 한국전력 제주본부가 최근 발송한 출력제한 안내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16년 이곳 1만㎡ 부지에 총 17억원을 들여 750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고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계통제한이 급증하며 손실 확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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