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美 우선주의·반중 색채 더 강해…IRA 개정 가능성 희박”

[산업·통상 전문가들 진단]
공화당, 줄곧 IRA 반대해 왔지만
실제 개정엔 정치적 부담 클 것
EU와 공조해 시행 3년 유예 등
현실적 대안에 올인하는 게 효과적
  • 등록 2022-11-10 오전 5:30:01

    수정 2022-11-10 오전 5:30:01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등 우세로 마무리돼 가면서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중단 우려를 낳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완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IRA 전면 개정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IRA 체제를 고려한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같은 처지에 있는 유럽연합(EU) 등과의 공조를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선 3년 시행을 유예하는데 ‘올인’할 것을 주문했다. 법안 전면 개정에 무리하게 힘을 쏟기보단 한국산 전기차·이차전지 기업이 대비할 시간을 버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공화당 주도 IRA 개정 ‘산넘어 산’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9일 “공화당도 이미 발효한 IRA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상황은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줄곧 IRA를 반대해왔으나 실제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상·하원 의회에는 이미 IRA 시행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기아와 현대차 현지 공장이 있어 한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조지아주(州·상원)와 앨라배마주(하원) 의원이 낸 개정안이다.

현 시점에서 공화당 의원발 개정안 발의나 양당 지도부 내 논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공화당 주도로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하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IRA가 다분히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법안이고 야당이 승리한 만큼, 선거 후 개정이나 하위 시행령(guidance)제정 과정에서의 완화 가능성은 있다. 전기차 북미 최종조립 요건 외에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국 배터리 부품·소재 비중 제한은 미국 전기차·이차전지 기업도 현재로선 맞추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선거가 끝난데다 안보·우방 관계를 더 중시하는 공화당의 우세로 끝난 만큼 법안 개정이나 기조 완화 가능성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커졌을 뿐,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실제 개정에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인교 교수는 “(공화당의 승리로) 약간의 기조 변화를 줄 순 있겠지만 한국이 바라는 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히려 공화당의 승리가 IRA를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나 반(反)중국 색채는 민주당보다 공화당 쪽이 더 강하다”며 “민주당 쪽이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소지를 근거로 문제제기하고 협상할 여지는 더 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美 자국 우선주의 적극 활용을”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와 별개로 현실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당국은 EU와 공조해 미국 재무부가 진행 중인 하위 시행령 개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기업들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현실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4일(현지시간) IRA 하위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미국 재무부에 3년 유예 등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무조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으로 확대하거나 북미 최종조립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내용도 의견서에 담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 의회가 실제 IRA 개정에 착수하더라도 내년 여름에나 가능하고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하루하루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현 시점에선 EU와의 공조로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 대해선 시행을 3년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는데 올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초 조지아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IRA 시행이 3년 늦춰진다면 현지에서의 보조금 중단은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대세적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산업계에서도 IRA의 청정에너지 관련 조항이 한국 전기차 산업에는 단기적으로 타격이지만 이차전지를 비롯한 다른 기업에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위원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IRA가 중장기적으론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IRA 내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은 외국 자동차 회사도 똑같이 어려움을 느끼는 만큼 한국 기업은 이에 부합하는 공급망 구축에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9월21(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둘은 이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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