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진행돼 온 대기업 지주사 전환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관련 자문을 가장 많이 한 하우스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순환출자 구조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난해하기로 손꼽였던 기업이 롯데그룹이다.
2016년말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쇼핑·칠성·푸드의 분할합병을 시작으로 단계적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정치적 이슈로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산됐지만 그 이듬해 10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만 마무리 되면 지주사로 규제 사항 위반 사항도 말끔히 해소하게 된다.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자문을 담당한 왕태식 IB1 사업부 부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지난 2년간 주말도 없이 밤잠을 설치며 고생했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최근에야 마무리 됐다”며 “이제 남은 작업은 금융계열사 매각 및 비상장 계열사 등의 상장”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그와 전임자들이 여러 차례 제안했던 복안이다. 하지만 실제 본격 작업에 돌입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결단을 내린 2016년부터다.이미 내부 의사결정을 끝낸 롯데는 국내에서 경험이 가장 많은 NH투자증권을 낙점했고, 그 해 12월 왕 부장이 합류했다.
처음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달리 호텔롯데 등은 지주사 체계에서 제외됐다. 왕 부장은 “한국 지분이 있는 계열사만을 분리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일본 지분이 많은 호텔롯데 등은 지주사 전환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4개사를 분할해 5개 상장사로 만드는 사상초유 ‘빅딜’
언뜻 보기에 지주사 전환이 간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을 쪼개고 다시 합병하는 작업은 결고 간단치 않다. 특히 4개의 법인을 쪼개 5개 회사로 만드는 작업은 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대작업이었다. 왕 부장은 “기존 롯데쇼핑, 칠성, 푸드 등 기존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분리해 롯데제과에 합병했다”며 “각 회사를 분할하여 재상장 한 다음 상장사간 합병하는 방법도 가능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작업에는 늘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는 “모든 분야의 리스크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법률적, 세무적 리스크가 가장 크다”며 “세금을 최소화 하면서 법적 규제 위반 사항이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4개 법인을 분할하여 한꺼번에 합병하는 방식이다 보니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들도 선례가 없는 경우라 해당 업무 처리에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전문 입소문에 CK코퍼레이션의 우회상장도 의뢰받아
해당 딜은 코스닥 상장사인 제로투세븐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비상장사인 씨케이코파레이션간의 합병이었다. 이는 우회상장에 해당 되는 거래로 시장에서는 몇 년만에 처음으로 거래소 심사 대상에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검토 끝에 우회상장 의도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거래소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는 “거래소도 오랜만에 접수된 진성 우회상장에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 증권사 IB내에서 기업 자문이 큰 수익을 내는 파트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IB파트에 수익 창출을 위한 백본 역할이다. NH의 경우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이 역할을 중시하는 편이다.
왕 부장은 “기업 자문 역할은 증권사 내 전반적인 업무를 다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며 “기업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수업무 외에 분할 및 합병,공개매수 등 다양한 툴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