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반도체 대체할까...'유사 그래핀' 합성 성공

활용 목적에 맞게 물성 조정 가능
  • 등록 2020-06-24 오전 12:00:00

    수정 2020-06-24 오전 12: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그래핀과 유사하면서 실리콘보다 전도성은 4배 높은 반도체 소재가 개발됐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맞춤형 소자를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분자의 자기조립 특성을 활용해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다양한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사진=기초과학연구원>
유기반도체는 실리콘반도체 등 기존 무기반도체의 단점인 높은 가격, 복잡한 공정, 두께, 유연성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전도성 고분자는 유기반도체 분야를 한층 더 성장시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전도성을 가진 분자는 친화력이 강해 서로 겹겹이 쌓이기 때문에 이를 2차원 대면적으로 제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여러 층을 형성한 고분자는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용액 속에 가라앉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합성된 고분자의 크기는 수십 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했고, 전자기기로 상용화하기엔 어려웠다.

연구팀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그래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벌집구조를 형성하기 유리한 고분자인 트리페닐렌을 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일부 트리페닐렌 분자에는 6개의 하이드록시기(-OH)를 도입하고, 다른 분자에는 아민기(-NH2)를 도입했다. 이후 이들 분자를 용매에 녹인 뒤 가열하며 그래핀처럼 벌집 구조를 가진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연구팀은 합성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합성 과정에 쓰인 산성 촉매로 트리페닐렌 고분자는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이 양전하 간의 정전기적 반발력으로 고분자들은 겹겹이 쌓이지 않고, 용액에 골고루 분산된다. 이를 통해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전도성 고분자 박막 합성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유사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도 평가했다. 소재의 캐리어 이동도는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았다. 유사 그래핀 위에 그래핀을 적층한 광 검출소자를 구현한 결과, 제작된 소자가 자외선에서 적외선 영역의 빛을 검출해냈다.

전도성 고분자는 화학적으로 전기적 물성을 조절할 수 있어 도체, 반도체, 부도체의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전도성 고분자로만 이뤄진 유기 전자소자를 구현하고, 활용 목적에 맞게 물성을 조절해 ‘맞춤형 소자’도 개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초고속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소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는 3개 IBS 연구단의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하고,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합성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도 2차원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규명하며 힘을 보탰다.

김기문 단장은 “IBS 연구단 간 협력과 집단연구로 오랜 연구의 결실을 맺었다”며 “앞으로 협력을 견고히 해 높은 수준의 집단연구를 구현해 나간다면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켐(Chem)’에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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