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쑥쑥, 소값은 뚝뚝…한우 농가 ‘생존 위기’

한우 사육마릿수 올해 '역대최고' 예상
사료값 50%오르고 소값은 20% 떨어져
정부, 한우 20% 할인 등 대책 내놨지만
“고물가에 할인 체감 어려워…지원 늘려야”
  • 등록 2023-02-13 오전 5:30:00

    수정 2023-02-13 오전 5:30:0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우 농가가 최소한의 경영비도 벌지 못하면서 생존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값은 치솟는데 반해 한우 소비 감소로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우 할인행사, 사료구매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한우농가의 근심을 달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농협이 한우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20%대 할인행사를 연다고 발표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농협하나로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한우를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우 사육마릿수 올해 ‘역대최고’…“도매가 3년 후에야 회복”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358만두로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이후 가정수요 증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한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2년 간 농가에서 사육마릿수를 늘린 결과다. 소가 자라 시장에 나오기까지 3년 정도 소요되기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제 1월 한우 도매가격은 1kg당 1만5904원으로 전년동월(1만9972원)대비 20.4% 하락했다. 한우 도매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9월(2만2610원)과 비교하면 29.6% 떨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한우 사육마릿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2024년까지 암소를 14만두 감축하면 2025년쯤에는 한우 도매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반면 사료값은 2년 전보다 50% 가량 올랐다. 사료값은 농가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배합사료 1㎏당 가격은 2020년 12월 412원에서 △2021년 462원 △2022년 613원으로 급등했다.

현장에서는 2012년 한우 파동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한우사육마릿수가 5년 동안 45% 급증면서 한우 가격은 2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지며 한우 농가가 절반으로 줄었다. 경남 진주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한기웅(57)씨는 “소 한 마리를 팔 때마다 200만원 가량 손해가 난다”며 “최소한의 경비도 안 나오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우 연중 20% 할인 등 ‘한우대책’에도 실효성 논란

이에 정부는 한우 농가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우선 한우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연중 전국 평균 가격 대비 20% 낮은 수준으로 한우를 판매한다. 이를 통해 작년 대비 한우 수요를 2만4000톤 늘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4만톤이었던 한우 수출도 올해 200만톤으로 약 5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료구매자금을 1.8% 저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사료구매자금의 한·육우 농가 배정 비율도 50%에서 60%로 확대한다. 올해 사료구매자금 지원 규모는 총 1조원이다. 경영이 악화된 농가에 대해선 농업경영회생자금을 지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정책자금을 1%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전기·난방·가스 등 물가가 작년보다 30% 정도 오른것을 생각하면 20% 할인으로 한우 소비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마저도 농협 및 한우자조금에 의존한 것으로 정부 재정을 투입해 할인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석 한우정책연구소 정책지도국장은 “올해 1.8%인 사료구매자금 금리는 작년(1.0%)보다 높아져 농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료값 안정을 위해 정부와 농가가 함께 사료안정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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