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들에게 플립 자문을 제공하는 한 변호사는 불확실성이 짙어진 현 경기 상황에도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몸을 사리기 시작했음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의 플립 문의는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해외발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이 수월한데다 기업 가치 평가도 국내 대비 월등히 높이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이유 외에도 우리나라의 규제 불확실성 및 전통산업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기도 한다. 오히려 글로벌 투자사들이 몸을 사리는 현 시기에 규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기회가 있다는 말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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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플립을 고려하는 산업군은 AI와 블록체인, 핀테크, 원격의료 등 다양하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국내 규제 여파로 플립 사례가 주구장창 터져 나왔던 블록체인 산업에게 플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국내서 한시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된 바 있지만, 코로나19가 서서히 완화되면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는데다 전통산업과의 마찰도 여전하다. 차라리 의료 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져 원격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높은 해외로 눈을 돌리자는 인식이 초기 기업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한 업체 관계자는 “꽉 막힌 규제와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혁신 스타트업 엑소더스’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디지털 신산업은 특히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플립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국이라고 해서 당장 규제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샌드박스 도입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주고는 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마냥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해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도 “AI와 리걸테크, 원격의료, 블록체인, 핀테크 등 산업에 있어 시급히 완화할 규제는 많다”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과잉보호를 비롯한 꽉 막힌 규제로 유니콘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개선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