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혁신 스타트업 다 뺏길라…규제 풀어야"

[정교해지는 플립]④
규제 불확실성으로 해외 눈돌리는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예전만 못해도 진전 있는 땅으로"
법조계선 "규제만 완화해도 플립 추진 줄어든다"
  • 등록 2022-05-03 오전 5:00:00

    수정 2022-05-03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쿠팡 효과로 플립(flip, 국내에서 창업한 회사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법인을 본사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꼭 장밋빛이라고 볼 수만은 없어요.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가 산업별로 규제를 완화하면 큰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플립 자문을 제공하는 한 변호사는 불확실성이 짙어진 현 경기 상황에도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몸을 사리기 시작했음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의 플립 문의는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해외발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이 수월한데다 기업 가치 평가도 국내 대비 월등히 높이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이유 외에도 우리나라의 규제 불확실성 및 전통산업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기도 한다. 오히려 글로벌 투자사들이 몸을 사리는 현 시기에 규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기회가 있다는 말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사진=아이스톡)
법조계 등은 현 시기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추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쿠팡 시절 만한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하더라도 전통산업과의 마찰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규제 및 성장 환경이 명확한 땅으로 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플립을 고려하는 산업군은 AI와 블록체인, 핀테크, 원격의료 등 다양하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국내 규제 여파로 플립 사례가 주구장창 터져 나왔던 블록체인 산업에게 플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국내서 한시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된 바 있지만, 코로나19가 서서히 완화되면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는데다 전통산업과의 마찰도 여전하다. 차라리 의료 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져 원격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높은 해외로 눈을 돌리자는 인식이 초기 기업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한 업체 관계자는 “꽉 막힌 규제와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혁신 스타트업 엑소더스’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디지털 신산업은 특히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플립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국이라고 해서 당장 규제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샌드박스 도입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주고는 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마냥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해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정책 방향성을 명확히 할 경우 스타트업의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끌어올리고 인력유출에 대한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현재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미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블록체인과 핀테크 산업의 경우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일부는 플립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블록체인 산업에 있어 가상자산 기본법이 제정돼 토큰 발행·유통이 국내서 가능하게 된다면 플립을 고려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도 “AI와 리걸테크, 원격의료, 블록체인, 핀테크 등 산업에 있어 시급히 완화할 규제는 많다”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과잉보호를 비롯한 꽉 막힌 규제로 유니콘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개선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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