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행 임박 중대재해법, 기업 불안 외면하나

  • 등록 2022-01-03 오전 5:00:00

    수정 2022-01-03 오전 5:00:00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을 앞두고 산업계가 떨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경영책임자·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 핵심 조항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자의적 법률 해석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등에 관한 정의다. 지난해 9월 통과된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외에도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 의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자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대상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 모든 사업장과 하청업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이 산재 예방에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망사고의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하니 경각심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순기능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야간작업이 아직 빈번하고 근로자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건설업계에서는 중소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처벌 1호가 될 수 없다”며 27일부터 공사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정도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재해발생 사업장 576개소 중 무려 339개소(58.9%)가 건설업에 몰려 있을 만큼 이들이 느끼는 불안은 특히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내 진출 외국기업 121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불명확한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내용”(58.7%)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최근에는 경총과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앙회 등 경제단체들도 중대재해법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의 비명과 불만이 왜 끊이지 않는지 이제라도 현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기업을 압박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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