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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첫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등이 그 골자다. 철강, 알루미늄 등과 관련한 한국 기업들이 받을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EU 집행위, 탄소 배출 감축안 제안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패키지로 담았다. 교통, 제조업, 난방 부문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높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선박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역시 넣었다.
주목되는 건 세계 첫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등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EU 집행위의 복안이다. EU에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탄소국경세는 무엇보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에 미칠 충격파가 크다는 점에서 이목이 모인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탄소국경세 도입, 韓 기업들 여파는
EU 집행위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2025년까지 주요 도로에 최대 60㎞ 구간마다 공공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제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화석 연료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유럽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첫 대륙이었고, 이제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는 첫 대륙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EU 집행위의 제안이 최종 확정되는 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U 내에서 국가 간 격차가 존재하는 데다 자동차 등 산업계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며 “2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네덜란드(21%), 스웨덴(10%), 독일(7%), 프랑스(7%) 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다만 그리스와 폴란드의 경우 1%에도 못 미친다. 충전 인프라는 70%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에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