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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74조8408억원 규모다. 지난 2012년 연말까지만 해도 4조원대에 그쳤던 설정액은 2015년 12조를 돌파한 이후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7년 연말부터는 해외부동산펀드 설정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내부동산펀드(29조7142억원) 설정 규모를 앞섰다.
이 시기 오랜 기간 주식·채권 투자만 단행해왔던 보수적인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해외 부동산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비중이 높았던 부문이 미국 오피스 및 호텔 등이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공제회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등에 업고 미국 시장으로 진격했다. 국내 시장에 뉴욕과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소재 오피스와 호텔을 담는 대출 펀드 및 리츠 설정이 쏟아졌다.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 것은 지난 2020년 연초까지였다. 이후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대면 비즈니스 성향이 강한 대체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려요인은 이 시기에 해외 브로커를 통한 간접투자건이 많고, 후순위 대출 및 지분투자 같은 고위험 익스포저가 다수였다는 점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대체투자 부실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해외부동산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80%가 집중되어 있다”며 “대부분이 변제순위가 낮은 지분투자나 메자닌 대출 형태의 고위험 익스포저로 구성되어 있어 부실화 시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하필 국내 기관의 투자가 크게 늘던 시점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고점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에서 오피스 초과 공급과 과열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시장 자금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서서히 옮겨가던 시절이었다는 평가다.
전망은 갈수록 비관적이다. 미국의 대표적 사무실 밀집지역 중 하나인 뉴욕 맨해튼 빌딩조차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회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맨해튼 오피스 공실률은 18.2%로, 지난 2003년 17.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들의 통계를 종합하면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주요 도시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피스 임대 침체로 공실률이 평균 20%대를 넘나드는 추세다. 특히 고금리 여파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과 긴축경영, 재택 전환에 따른 오피스 공간 축소 경향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공실률 상승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