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호(남·27) 씨의 어머니 신윤정(53) 씨는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이처럼 말했다. 신 씨는 “장호한테는 카페가 직장이지만 동시에 치료소이며 훈련도 받을 수 있는 큰 사회”라며 “갇혀 지내지 않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주인공의 아버지가 영우를 키우면서 눈물을 쏟는 장면이 나온다. 우영우와 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지적장애도 가진 장호 씨를 키운 신 씨의 ‘고생’도 그에 못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육은 결코 쉽지 않았다. 종교계 유치원에서마저 “더이상 못 돌봐주겠다”며 장호를 돌려보냈고, 아들이 8살이 됐어도 ‘왕따’ 등 걱정에 초등학교를 보내지 못했다. 우영우의 어린 시절은 아들과 비슷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아, 미안 놀이’처럼, 장호 씨는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 신 씨는 “괴롭힌 아이의 부모들이 와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장애인 친구들도 ‘나도 학교에서 (친구들이) 못살게 굴었어’, ‘학교가 싫었어’,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와 같은 말들을 주고 받더라”고 했다.
신 씨는 장호 씨를 키우면서 특히 ‘자립성’을 키워주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아들을 대중교통에 홀로 타게 하도록 한 뒤, 뒤를 밟으며 이를 지켜보기도 했다. 신 씨는 “목적지까지 대중교통 타는 방법을 알려주고 몰래 따라가면서 잘 가는지 확인했다”며 “아들이 길을 잘못 가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가서 좀 도와줄 수 있겠냐는 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돌이켰다.
이 때문에 신 씨가 강조하는 건 자폐 장애인들에 대한 직업훈련의 중요성 그리고 주위의 배려다. 그는 “우영우가 잘 될 수 있었던 것도 주변에 좋은 가족과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변에서 내버려뒀으면 우영우 변호사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도 정말 들어맞는 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