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최근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인 유통 대어 이베이코리아의 본입찰 과정에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됐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 등이 불참하면서 플랫폼기업 가격 눈높이를 둘러싼 매도자와 원매자의 불일치와 가격 산정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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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는 숏리스트 가운데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SK텔레콤은 불참을 결정했고, MBK파트너스는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추후 참여 가능성은 열어뒀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의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초기에는 몸값이 5조원까지 거론된 대형 매물이었다. 하지만 매각전이 진행될수록 시장에서 언급되는 5조원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본입찰에 적어낸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3조~4조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H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 위해선 요기요를 기한 내(8월)에 매각하도록 한 점도 매도 측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일각에선 요기요의 적정가를 5000억원 수준까지 낮춰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매도자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원매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M&A 시장에서 적정 매각가를 두고 눈높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플랫폼기업에 전통적인 방식의 가치 평가를 작용할 수 없는 점이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익 대신 거래액…시장 위치·확장성이 관건
일반적으로 M&A 시장에서 매각가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에 업계 성장성 등을 고려한 멀티플을 반영해 책정한다. 하지만 플랫폼기업은 시장점유율과 인지도가 높은 대형 매물이어도 수익으로만 따지면 다른 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플랫폼기업들은 대부분 이용자 수나 플랫폼을 통한 거래액 등을 매각가 산정에 활용한다.
잡코리아의 지난 2019년 기준으로 EBITDA가 480억원 정도였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 40%로 확실한 1위 사업자인 데다가 영업이익의 상당수가 현금인 점 등도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예상 매각가 6000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이 밖에도 웹소설 콘텐츠 시장의 성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관련 매물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이러한 플랫폼기업의 흥행이 분야를 막론하고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있다면 베팅은 당연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중에 드라이파우더(블라인드펀드로 모집했지만 아직 쓰지 않은 자금)가 많은 상태였기 때문에 거품이 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영업지표와 매각가의 괴리가 있어 인수금융 문제도 있다. 인수금융은 대부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전통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관행을 고려하면 최근의 플랫폼기업 고평가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매물이 그렇지만 특히 플랫폼기업은 시장에서의 위치와 확장 가능성 등이 가격 사정에 앞으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