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중은 10년간 48%에서 44%로 줄었다. 상속세수 감소분보다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을 통한 수입이 더 크게 증가한 데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전반적인 사회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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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는 우리나라도 스웨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 5위 밀폐용기업체였던 락앤락은 3000억원 안팎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2017년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국내 인테리어 업계 1위 기업이었던 ‘한샘’도 2021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회사를 넘기며 기업 승계를 포기했다.
가업상속공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데다 요건도 엄격해 유명무실하다. 2016~2021년 연평균 이용 건수는 100건이 되지 않아 총 공제금액은 2967억원에 그친다. 이 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 308건, 공제금액 163억 유로(약 22조 8900억원)에 달한다.
“주가 오르면 세금 증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꼽기도”
징벌적 수준의 과도한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우리나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이 되지 않는다. 시가 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특히 △한화(0.8) △두산(0.7) △SK(0.6) △LG(0.5) △롯데지주(0.4)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의 PBR이 1 미만이다. 북한의 도발 위험 등 지정학적 이유가 크다고 하지만,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이 큰 대만 기업들의 평균 PBR이 2.4에 달한다. 대만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데, 시가 총액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상속세를 배제하고 주식시장 저평가를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를 높이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주당 6만원일 때 상속가액은 20조원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때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PBR(1.3)이 대만 TSMC(5.95) 수준이었다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25만원이 이상이고, 상속세는 4배 이상 늘어난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 운영 절반 안돼…멀리 내다볼 때”
우리나라에는 상속을 부의 대물림이라고 나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징벌적인 상속세가 있는 한 우리나라는 건강한 시장경제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 상속세 부담을 경쟁국 수준으로 대폭 낮춰 기업 승계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할 때다.
한국의 여건에서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가장 현실적이다. 자본이득세는 기업 지분을 물려받았을 때 세금을 물리지 않고 추후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양도소득세처럼 과세한다. 상속세 납부를 미뤄주는 대신 기업 활동을 통해 법인세를 납부하고 피고용인들로 하여금 소득세를 내게 하는 방식이어서 합리적이다. 국민 반감이 생길 수 있는 ‘상속세 폐지’라는 말과 비교하면 더 설득력도 있다. 호주와 캐나다, 스웨덴 등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들은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작년 연간 국세수입은 395조 9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상속증여세(14조 6000억원) 비중은 3.7%였다. 세수 총액의 4%도 되지 않는 부분을 포기하면 전체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면 유휴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