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기초가 되는 초거대AI 모델과 관련 생태계를 확보한 국가는 한국, 미국, 중국 3곳뿐이다. 전 세계 온라인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SW) 환경이 AI 중심으로 개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초거대 AI 모델과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향후 국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글로벌 AI 모델은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한계로 지적된 할루시네이션(가짜 정보 생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국어 성능도 고도화시키는 중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고도화된 생성형AI 모델을 출시하고 성능을 검증받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AI에 한국 AI 서비스 생태계가 순식간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업체와 공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국내에선 자생 생태계가 생겨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플러그인을 통해 챗GPT 위에 올라가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만 쓰이는 AI 플랫폼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AI 모델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내 검색 서비스 점유율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면서 “국내 이용자들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한국에서만 쓰이는 AI를 만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내 시장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넘어 글로벌 1등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선 데이터 이용에 대해 글로벌 업체와 역차별이 있다는 토로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규제 준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인데, 해외 업체들은 크롤링으로 한국어 데이터를 쉽게 수집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국내 플랫폼의 한국어 데이터를 제약 없이 학습에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