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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고통스러운 죽음 택해도 병원별 대응 달라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작성자는 145만5959명을 기록했다. 2018년 1만5207명이던 것이 해마다 규모가 늘어 2021년에만 2만2868명이 서약했다. 누적 150만명 가까이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고 서약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후 이를 이룬 이들은 9월 현재 누적으로 23만9137명(16.4%)에 불과하다.
임종 직전 변심도 있지만, 사실 관련 시스템이 아예 갖춰지지 않은 병원이 많아 환자들이 원하는 죽음을 맞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가동되는 경우는 병원별로 차이가 났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개소는 100% 가능했지만, 325개 종합병원 중에서는 절반을 살짝 웃도는 183개소(56.3%)만 가능했다. 종합병원은 중환자 병상을 갖춘곳이 271개소라는 것을 감안해도 83.4%만 존엄한 죽음이 가능했다. 고령층이 많은 요양병원은 1467개소나 되지만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 곳은 95개소(6.5%)에 그쳤다. 의원급이 포함된 일반병원은 1390개소 중 23개소(1.7%)만 가능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관계자는 “병원급의 경우 중환자 병상도 없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는 곳이 많아 연명의료시술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 사망자 3명 중 1명(32.9%) 가까이 요양병원에서 숨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요양병원에서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은 문제다. 임종이 가까이 오면 존엄한 죽음을 위해 대형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요양병원 등 윤리위 구성 외면…당근책 고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가 죽음을 잘 맞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당시 윤리위 설치를 강조했다”며 “이젠 환자 관점에서 제도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짚었다.
현재 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의료기관들은 공용윤리위원회와 위탁 협약을 맺으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소규모 의료기관도 위탁협약을 통해 연명의료중단결정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국 12개의 공용윤리위원회를 지정했다. 하지만 이들과 협약을 맺은 기관은 106개소에 불과하자.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상태”라며 “요양병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