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직장인 A씨는 한 캐피털 회사의 광고를 보고 대출 모집인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은행보다 금리가 소폭 높지만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특히 모집인은 “자금이 모자라면 저축은행을 소개해 줄 테니 알려주는 대로 진행하면 추가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사업자로 위장 등록한 후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최대 주택 가격만큼도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캐피털업계가 느슨한 규제를 틈타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꼼수’로 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저축은행으로 알선하는 영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캐피털업계의 이 같은 영업 행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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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한 캐피털 회사 지역 본부는 자사 주담대 이용 고객 중 한도가 부족한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9%까지 적용해주는 저축은행으로 연계해주고 있다.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의 가계 LTV는 최대 70%(규제지역은 50%)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꼼수’로 사업자 등록을 유도한다. 등기 이전을 마치면 저축은행에서 후순위 사업자 대출로 모자란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회사 영업 직원은 “캐피털사에선 꼼수 대출이 사실상 어렵고, 저축은행은 ‘태클’ 거는 곳이 예전보단 많아졌지만 아직 가능한 곳이 몇 군데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규제지역에서도 LTV 99%까지 빌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가계대출 규제를 피하고자 개인사업자로 등록 후 대출을 받는 전형적인 불법 행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탈법적으로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을 받는 것엔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용도 외 대출이 성행하면서 규제 사각지대를 지우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주담대에서 용도 외 대출 취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업계가 리스크를 떠안은 채 주담대 영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피털업계는 주담대에 최대 3년간 거치 기간을 두고 있다. 돈을 빌린 시점에서 3년 동안은 원금을 내지 않고 이자만 상환하면 되는 것이다. 은행권은 일부 정책 상품을 제외하면 거치 기간을 둔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대내외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대출 채권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캐피털업계는 이러한 리스크가 더 크다.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는 탓에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영업하기 때문이다. 회사채(여전채), 기업어음(CP) 등도 대부분 단기로 발행해 조달한다. 통상 3년 만기로 조달한 자금으로 최장 30년 만기의 주담대를 취급하는데 첫 3년간은 원금조차 받지 않는 셈이다. 캐피털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당국 방침에도 어긋난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영업 행태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