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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급 충격 때만 했던 긴급 FOMC
연준은 3일(현지시간)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연방기금금리(FFR)를 1.00~1.2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보다 빠르고 넓게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그야말로 선제적이고 기습적이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오는 17~18일 예정된 정례 FOMC에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시 FOMC 소문이 없지는 않았지만, 열려도 시기는 4일 개장 전 정도로 봤다.
연준이 그보다 하루 먼저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다. 연준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금융위기급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뉴욕에서는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오는 등 미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와 지속성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향후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2008년 10월 8일 당시 기준금리를 2.00%에서 1.50%로 인하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달 29일 또 1.00%로 내렸다. 그해 12월 16일에는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0.00~0.25%) 시대를 열었다. 9·11 테러 후유증이 컸던 2001년 9월 17일(3.50%→3.00%)에도 임시 FOMC를 소집해 시장을 달래려 애썼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본격화할 경우 제로금리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다. 연준은 2007년 중반 5.25%였던 금리를 2008년엔느 금융위기에 대응해 빠르게 제로로 내렸다. 거기에 더해 ‘가보지 않은 길’ 양적완화까지 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연준은 (17~18일 예정된) 3월 FOMC 이후에도 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제로하한(zero lower bound)에 근접할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씨티, 노무라,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1.00%포인트 인하를 점치고 있다.
코로나 더 퍼지면…제로금리 회귀 불가피
금융시장은 이미 연준의 추가 조치 쪽으로 기울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85.91포인트(2.94%) 급락한 2만5917.41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 1%를 밑돌았다. 파월이 경기를 일으키려 나름의 결단을 내렸음에도 증시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도널드 엘렌버거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수석매니저는 “(주가와 국채금리가 동시에 하락한 건)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게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11년여 전 금융위기 당시 0.50%포인트 긴급 인하했을 때도 뉴욕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연준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낸 건 제로금리마저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먼데이 사태, 9·11 테러 때도 첫 금리 인하는 별 효과가 없었다. 후속 조치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게 역사적 방증인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은 “연준이 시장과 ‘밀당’을 통해 추후 더 큰 조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이는 게 효과적일 걸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