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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채 끝나기 전 덮친 전쟁…전세계 원자재·식량 가격 급등
시기가 공교로웠다. 급작스럽게 닥친 팬데믹이 끝나기도 전에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가 자원과 식량이 풍부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빵과 기름값이 올랐고, 세계적으로 구리와 니켈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배터리 공급난이 악화됐으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 우려가 현실화하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역대급 인플레션을 견인했다.
중요 광물 자원 중 하나인 니켈은 지난해 초 2만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작년 3월 초에는 하루 만에 가격이 70% 가까이 급등하며 4만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 배럴당 16달러였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는 지난해 6월에 120달러를 돌파했다. 우크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약 4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무려 7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식량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포인트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필수재인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뛰면서 체감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았으며 각국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단행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만 해도 7060억유로(약 981조7700억원) 수준이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에너지 위기 대응 비용은 겨울을 지나는 사이 7920억유로(약 1101조 3600억원)로 뛰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촉발한 에너지값 급등으로 약 900억유로(약 125조 1500억원)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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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재건 비용 1300조원”…러 3분기 연속 역성장 확실시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금융결제 시스템 배제를 시작으로 금융·유통·식품 등 서방 기업들이 대거 철수했으며 총 9차례에 걸친 제재에 직면했다. 이 중 러시아 주력 수출품목인 에너지에 대한 제재는 뼈아팠는데, EU는 원유가격 상한제 등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 수익이 줄면서 매일 1억6000만달러(약 208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1월 러시아 재정적자는 1조7600억루블(약 31조원)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2026년까지 1900억달러(약 247조원) 감소할 것이라면서, 이는 헝가리와 쿠웨이트의 연간 GDP와 맞먹는 규모라고 지난 17일 전했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4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갔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경제에 미친 손실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손실 규모가 2조8000억달러(약 36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쟁 이전 4%대 중반이던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