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탈원전 정책속에서 미래형 원전 개발을 해왔다. 지난 4월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발족해 운영 중이다. 10월말에는 5832억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내후년께부터 차세대 원전 개발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외 경쟁국들에 비해 늦은 출발인데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 산업계의 붕괴로 우리나라만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SMR은 우리나라가 지난 20여년간 연구비를 투입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분야였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서는 대선 향방을 지켜보면서 내년 5월께 결정될 예타 통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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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예타 이번에 될까
SMR은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개발했다. 지난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세대 SMR이라고 할 수 있는 SMART 개발에 착수해 2010년에 표준설계·기술검증을 끝내고, 2012년 표준설계인가까지 받았다. 2015년부터 한·사우디 파트너십 협력을 통해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 사이 미국 뉴스케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형의 SMR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는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경수로 기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인 ‘iSMR(innovative-Small Modular Reactor)’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준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 대비 개발이 늦고, 시장을 혁신할 정도로 기술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예타 사업만큼은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용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경수로와 4세대 기반 SMR 모두에서 혁신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경수로 기반 SMR을 혁신한다면서 미국 기업(뉴스케일)을 흉내내고 있다”며 “비슷한 작품을 비슷한 시점에 시장에 진입시키면 경쟁국에게 질 수밖에 없고, SMART가 실패한 것처럼 주도권도 가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뒤처지는 사이 전 세계 주요 원자력 강국들은 앞다퉈 SMR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영국은 2003년 토니 블레어 총리 때부터 풍력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고, 현재까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전 정부서 미국 원자력의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바이든 정부부터 청정에너지로 차세대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도 원자력으로 정책을 회귀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짓지 않았던 일본도 원자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전 세계 11개국에서 총 70여종의 SMR 원자로 유형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를 통한 자금 조달,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 접목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전 세계 국가들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최대 62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세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원자력 관련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의 발언과 행보를 볼 때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 정책 고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발언만으로 의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양 후보 모두 SMR에 대한 연구개발은 계속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며 일부 미래형 원전개발을 하고,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원전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