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페이전쟁…다가온 '카드의 종말'

애플페이 상륙에 카드사 ‘노심초사’
오픈페이는 뒷전…애플페이 참전 ‘고심’
현대카드 한정 애플페이라는 단점 존재
“소비자 후생 측면서 쟁점 가능성도”
  • 등록 2023-02-10 오전 5:00:00

    수정 2023-02-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정두리 이명철 기자] 애플이 간편결제서비스인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애플페이 국내 상륙을 공식화하면서 6개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미 빅테크들의 간편페이시장 진출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상황에서 삼성페이에 이어 애플페이까지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면 사실상 실물카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제기됐던 애플페이의 반독점 이슈가 한국에서도 옮겨붙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애플페이 상륙에 카드사 ‘노심초사’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은 최근 몇 년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관련 국내 1일 평균 거래 금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약 723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2021년 국내 민간결제 약 1000조원의 23%에 달하는 약 230조원 수준이다.

카드사들도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페이를 필두로 신한플레이·KB페이·NH페이·오픈페이 등 카드사와 함께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기업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세했다.

하지만 지급 결제시장을 주도하던 카드사의 행보는 뒤처지고 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에서 카드사 등 금융사는 27.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페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카드사들은 기존 강점분야인 오프라인 결제까지 위협받게 된다.

카드사들은 이를 보완하려고 지난 연말 자체 통합 페이 플랫폼 서비스인 가칭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당초 6개사가 연합할 것이란 기대를 깨고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3개사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는 롯데·비씨·NH농협카드도 순차적으로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나 이조차 회의론이 돌고 있다.

오히려 애플페이 참여 여부 등을 놓고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현대카드가 배타적 사용계약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3일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과 협의를 거쳐 향후 애플페이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

다만 애플페이가 대중화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당분간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편의점, 스타벅스, 할리스 등 60여곳의 브랜드 오프라이니 매장에서만 애플페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총이용실적 기준)은 14.4%다. 시장점유율이 17.9%로 가장 높은 신한카드는 물론 삼성카드(16.4%), KB국민카드(14.6%)에 이은 업계 4위권이다.

“애플페이 대중화는 멀었다”

다른 카드사들이 언제쯤 애플페이에 참여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은 당장 애플과 계약 논의를 하기보다는 국내 서비스 진행 여부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애플측과 애플페이 서비스 여부에 대해 논의가 오가는 부분은 전혀 없다”며 “애플과 주요 내용을 협의해 계약을 체결하고 전산 개발에 필요한 작업 등을 고려하면 실제 애플페이 도입까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에선 애플페이가 NFC에 대해 타사 결제를 막아 반독점 이슈가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의 NFC 단말기로는 현대카드 이외 다른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 카드사들은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애플페이는 국내 출시에서 먼저 한곳의 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고 향후 수수료 등에 대해 결정됐거나 알려진 사항이 없는 만큼 카드사들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현재 애플과 현대카드가 맺은 수수료는 거래건당 0.1~0.15%로 추정된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이 전체 카드사가 아닌 일부 카드사와 개별로 접촉할 수도 있고 계약 조건이 다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 앞으로 국내에서 서비스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해나가자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시장에 애플페이가 확산되면 해외처럼 NFC 접근 제한에 따른 소지바 불만이 커지고, 소비자 권리 문제가 향후 쟁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제휴점 확대와 교통카드 호환 등 요구가 커지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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