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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은 최근 몇 년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관련 국내 1일 평균 거래 금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약 723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2021년 국내 민간결제 약 1000조원의 23%에 달하는 약 230조원 수준이다.
카드사들도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페이를 필두로 신한플레이·KB페이·NH페이·오픈페이 등 카드사와 함께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기업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세했다.
하지만 지급 결제시장을 주도하던 카드사의 행보는 뒤처지고 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에서 카드사 등 금융사는 27.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페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카드사들은 기존 강점분야인 오프라인 결제까지 위협받게 된다.
카드사들은 이를 보완하려고 지난 연말 자체 통합 페이 플랫폼 서비스인 가칭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당초 6개사가 연합할 것이란 기대를 깨고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3개사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는 롯데·비씨·NH농협카드도 순차적으로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나 이조차 회의론이 돌고 있다.
다만 애플페이가 대중화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당분간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편의점, 스타벅스, 할리스 등 60여곳의 브랜드 오프라이니 매장에서만 애플페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총이용실적 기준)은 14.4%다. 시장점유율이 17.9%로 가장 높은 신한카드는 물론 삼성카드(16.4%), KB국민카드(14.6%)에 이은 업계 4위권이다.
“애플페이 대중화는 멀었다”
해외에선 애플페이가 NFC에 대해 타사 결제를 막아 반독점 이슈가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의 NFC 단말기로는 현대카드 이외 다른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 카드사들은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애플페이는 국내 출시에서 먼저 한곳의 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고 향후 수수료 등에 대해 결정됐거나 알려진 사항이 없는 만큼 카드사들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현재 애플과 현대카드가 맺은 수수료는 거래건당 0.1~0.15%로 추정된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이 전체 카드사가 아닌 일부 카드사와 개별로 접촉할 수도 있고 계약 조건이 다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 앞으로 국내에서 서비스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해나가자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시장에 애플페이가 확산되면 해외처럼 NFC 접근 제한에 따른 소지바 불만이 커지고, 소비자 권리 문제가 향후 쟁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제휴점 확대와 교통카드 호환 등 요구가 커지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