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햇반은 스팀으로 살균하고 조리한다. 이후 스팀은 하늘로 날아가 증발한다. 증기를 온수로 바꿔보려는 시도는 단순했지만 획기적이었다. 지금은 전체 공장에서 나오는 스팀 60% 정도를 회수해 청소나 보일러 가동에 요긴하게 쓴다. 버리던 것을 다시 그리고 새로이 쓰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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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진천공장(BLOSSOM CAMPUS)에서 근무하는 김명호 햇반&HMR 생산담당(팀장)이 부산공장 햇반팀장 시절 고민해 도입한 방법이다. CJ제일제당에서 29년째 근무하는 김 팀장은 회사 안팎에서 에너지 절약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달 `탄소 중립 에너지산업 발전 및 효율 향상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김 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신입 때부터 모든 게 궁금해 두루 알고자 했고 이렇게 하나씩 쌓은 성과가 표창으로 이어진 듯하다”며 “비효율적인 걸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 한몫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는 1993년 첫 발령을 받은 인천 유지(식용유)공장부터 시작했다. 식용유를 추출하려면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과정이 동반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은 쓰임 없이 버렸다. 김 팀장은 “유지 공장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고열을 활용해 온수를 만들면 제격일 것 같아서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김 팀장의 아이디어는 곧장 실용화돼 에너지 절약에 일조했다.
1997년 부산 공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다. 식품을 가열하는 데 쓴 온수가 그대로 버려지는 게 의아했다. 오염되지 않았으니 탱크에 모아서 재활용하면 그만이었다. 이로써 온수를 얻는 데 필요한 시간 및 비용과 물을 아낄 수 있었다. 앞서 햇반 스팀을 회수한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김 팀장은 “식품사는 공정 설비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받아쓰기 쉬운데, 우리는 비효율을 짚어내 설비 제조사에 효율화를 요구하고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공정을 바꾸자 업계도 시차를 두고 뒤따라오면서 식품업계 공정이 상향 평준화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 사명 띠고 진천으로
CJ제일제당이 충북 진천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부산에 있던 김 팀장도 2016년 합류했다. 김 팀장은 “(이재현) 회장님을 포함해 경영진이 ESG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공장을 `월드 베스트 스마트 팩토리`로 짓자는 게 조직 목표였다”고 했다.
김 팀장은 “여건이 되면 스팀을 민간 복지시설 등에 공급해 난방이나 온수에 쓰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장을 지을 때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는 연간 40만kWH를 생산한다. 공장을 돌리기에는 부족하지만 곳곳을 밝히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이렇게 아낀 전기료가 4000만원 가량이다.
모든 공정을 한눈에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로 수집해 제어하는 관제센터는 스마트 팩토리의 정점에 있다. 김 팀장은 “에너지가 더 쓰여도 문제지만 덜 쓰여도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실수를 즉각 잡아내 대처하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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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에너지를 16% 정도 아껴서 약 6억원을 절감했다. 비유하면, 6년에 1년꼴로 공장을 공짜로 돌렸다는 의미다. 올해는 전년보다 에너지를 13% 더 아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팀장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LNG가격이 올해 60%가 오른 가운데 거둔 성과라 값지다”고 했다. 결국 소비자도 이득이다. 생산원가가 내려가면 제품가격이 오를 부담을 낮추기 때문이다.
부산이 고향인 김 팀장은 인천과 진천을 넘나들며 에너지가 새는 곳을 찾아다녔다. 20대 초반의 아들과 떨어져 지낸 게 10년 정도로 밖으로 돈 시간이 많았지만, 그만큼 헌신했다.
김 팀장은 “식품 1등 기업으로서 사명감과 경영진의 ESG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스마트 팩토리를 고도화해 지금보다 에너지를 30% 절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