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올해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이사하게 된 A씨는 해당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준공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청산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청산되지 않은 조합장이 급여를 계속 받으면서 입주민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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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비업계 및 서울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준공 완료 후 10~15년이 됐지만 해산 및 청산을 하지 않은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에만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해산 조합은 3곳, 해산은 의결했으나 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17곳이다. 준공 후 5~10년간 해산과 청산을 하지 않은 곳은 28곳이며, 3~5년간은 31곳, 1~3년간 해산과 청산을 하지 않은 곳은 53곳에 달했다. 1년 이내 해산과 청산을 하지 않은 곳도 19곳을 기록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준공을 완료하면 조합은 해산 신고를 하고 청산 절차를 밟아 조합원들에게 청산금(분담금을 청산하고 남은 금액)을 지급한다. 일부 조합의 경우 시공사와의 분쟁이나 각종 소송 등 잔존 업무가 남아 있어 청산이 지연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합장과 임원들이 급여를 계속 받기 위해 별 다른 사정 없이 조합을 청산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청산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은 조합이 자발적으로 해산과 청산을 하지 않을 경우 별다를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개정된 도시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시행되면서 구체적으로 법 조항에 해산과 청산의 ‘의무’ 기준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와 처벌까지도 가능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청산·미해산 조합에 대해 서울시는 일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법이 개정된 만큼 단순 현황만 아닌 원인 조사도 면밀히 진행 중”이라며 “고의로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청산을 지연했을 경우 수사의뢰를 해당 구청장에 권고하는 공문을 하반기부터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