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의 모임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들으며 마음 한쪽이 묵직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 아파트 단지 내 상가 화단에 어르신이 소변을 보고 계셨다는 이야기인데, 그 어르신이 옷도 잘 정돈하지 못하신 상태로 상가 주변을 한참 배회하시는 바람에 하교하던 아이들이 기겁을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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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도 비슷한 질문은 반복된다. “우리 어머니가 치매이신데 이전에 안하시던 행동을 자꾸 하세요. 누가 자꾸 집에 들어온다고 하시고 뭘 훔쳐간다고 하시구요. 진단이 잘 못 된 것 아닌가요?”, “이전에는 정말 온화하신 분이었는데 요즘 자꾸 화를 내셔서 모시기가 힘이 듭니다. 요양기관을 알아보아야 할까요?”, “아버지가 자꾸 우시고 식사도 잘 안하시려고 하고 안절부절을 못하세요. 치매가 원래 이래요?”, “가만히 앉아 계시지를 못하세요. 식사 한 번 하실 때 집안을 몇 바퀴를 돌아다니셔야 해요.”, “누가 나오란다고 자꾸 짐을 싸시고 혼자 중얼중얼 누구랑 대화하시는 것 같이 그러세요. 이런 증상은 조현병 증상 아닌가요?”
우울감과 무기력을 보이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겁다고 느끼지 못하며 식욕이 저하되기도 한다. 반대로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욕구가 늘어나며 관련된 행동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집안을 배회 하신다던지, 이유 없이 가족이나 이웃을 의심하며 경계하시기도 한다. 실제 헛것을 보시거나 환청을 들으시기도 해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기도 하시고 누가 왔다고 짐을 챙겨 나가려고 하실 때도 있다. 마치 조증이 생기신 분처럼 기분이 고양되거나 평소와 다르게 짜증이 많고 난폭해지실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정신과적 질환에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증상들이 치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장애 외 치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신증상들과 행동문제들을 임상가들은 치매의 정신행동증상이라고 부른다.
치매의 정신행동증상은 치매 유형에 따라서는 치매 초기부터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기억력 장애부터 보이는 알츠하이머치매와 같은 유형에서도 중기 이상부터는 흔하게 나타난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시는 보호자분들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장애보다도 이러한 정신행동증상이 더 힘들고 이런 증상들 때문에 더 이상 집에서 어르신을 모실 수가 없다고 토로하시기도 한다. 실제 치매의 정신행동증상은 그 빈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보호자분들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환자분들을 전문 보호시설에 입소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치매의 정신행동증상 때문에 환자분들은 타인으로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환자분들 본인들이 조절할 수 없는 증상의 일부이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구성원들에게는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잘 못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속한 치료적 개입은 환자분들이 불필요하게 가족을 떠나 보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치매로 인한 정신행동증상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치매라는 질환에 대해 좀 더 이해해야 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을 때 치매 환자분들과 그 보호자분들에 대해 더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만으로 그들을 오해하고 상처 받는 일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이해하였을 때 공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