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 내 매물 종류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매물에 ‘선택과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분야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미지를 쌓으며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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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PEF 운용사들이 가진 주된 분야는 있었다. 국내 PEF ‘빅3’로 꼽히는 MBK파트너스(MBK), 한앤컴퍼니(한앤코), IMM프라이빗에쿼티(PE)도 예외는 아니다. MBK는 자금유치나 투자 경향을 봤을 때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이나 해외 투자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왔다.
한앤코의 경우도 최근 케이카나 라한호텔 등 소비재 시장에 다수 진출했지만 줄곧 제조업 분야에 강점을 보여 ‘굴뚝 산업 강자’라는 닉네임이 있었다. IMM PE는 국내 기반 매물이나 지분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토종 PEF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운용사별 주특기가 점차 다양해지고 세분화하고 있다. M&A 시장에 나온 분야나 매물이 점차 늘면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코오롱그룹의 환경사업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에너지를 49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아이에스동서(010780)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029960)·새한환경을 5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밖에 화강석 생산업체 삼덕개발과 욕실 브랜드 이누스 투자까지 다수의 포트폴리오 확보에 성공했다.
폐기물 전문 PEF라는 투자자들의 눈도장은 성과로 나타난 모습이다. E&F PE는 지난 2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과 KDB산업은행이 실시한 정책형 뉴딜펀드 성장형 부문에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다. 올해 조성 중인 500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도 전체 규모의 70% 정도를 환경·폐기물 섹터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모대출·ESG까지…전문 이미지 구축 한창
이달 9000억원에 잡코리아 인수를 마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2018년 신세계(004170)의 온라인 통합법인 쓱닷컴(SSG닷컴)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데다 올해 잡코리아 인수까지 마치면서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급 규모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에 집중해 ‘미드마켓 바이아웃 하우스’라는 닉네임이 있는 VIG파트너스 상조업체를 꾸준히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달에는 크레딧 투자 관련 업무를 전담할 VIG크레딧(VIG Credit) 조직을 신설하고 크레딧(사모대출) 전략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크레딧 분야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운용사마다 ESG 키워드를 적극 내세우면서 회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키워내려고 하는 모습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나 IMM PE가 ESG 별도 팀을 구성하고 ESG 지표로 투자대상을 선별하기로 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MBK파트너스나 글랜우드PE도 UN책임투자원칙(UNPRI)에 가입하며 ESG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 중견 PEF 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향후 투자 유치나 추후 인수전 과정에서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업계 인지도 향상이나 해당 분야 사업 추진에 있어 전문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