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또 비축유 푼다…정유사에 가격 인하 압박도

선거 비상 걸린 바이든, 유가 잡기 '고육지책'
  • 등록 2022-10-20 오전 4:44:20

    수정 2022-10-20 오전 4:44:2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또 전략비축유(SPR)를 풀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함께 주요 정유사가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유가 탓에 중간선거 지지율이 지지부진한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사진=AFP 제공)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추가로 1500만배럴을 SPR에서 방출할 것”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수개월 내에 추가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SPR을 풀어 고공행진을 하는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정유업계를 향해 “정유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원유 가격은 거의 배럴당 40달러가 떨어졌으나 소비자 가격은 그만큼 내려가지 않았다”며 “특히 정유사는 전쟁 중 거둔 수익을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SPR 방출 카드를 꺼낸 발단은 지난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당시 장관급 회의를 통해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산이다.

OPEC+는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등이 속해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은 미국이지만, 원유시장 수급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곳은 OPEC+다.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던 유가는 다시 80~90달러대로 상승했다.

SPR 방출 결정 자체는 전형적인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말 그대로 ‘비상용’이어서 무한정 쓸 수 없고 언젠가 다시 채워넣어야 해서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이 SPR을 푸는 것은 유가를 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어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진한 상태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17~18일 미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40%를 기록했다. 중간선거 승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선거용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적인 동기가 아니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을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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