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제회 고위 관계자가 공정가치평가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꺼낸 지적이다. 국내 회계법인 및 자산평가사 등의 평가 역량이 극히 낮은 데다 고객 눈치보기 관행이 자리 잡아 평가를 맡길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자산평가업계에서는 손실 반영을 원치 않는 고객사(기관)가 더 많은 데다, 평가 보수마저 극히 비합리적이라는 토로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 및 법정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은 대체로 연 1회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한다. 운용사 측이 별도로 제출한 평가액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비교검증을 목적으로 LP가 자체적으로 별도의 공정가치평가 용역을 선정해 측정 및 평가를 맡기는 사례도 조금씩 느는 추세다. 최근 정부의 대체투자 감사 강화 기조로 인해 외부 기관의 보조가 불가피해진 영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LP 사이에서는 국내 신용평가사 및 회계법인, 채권평가사등 자산평가업자들의 부실한 평가 역량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대부분 평가사들의 대체투자 평가 전문성과 체계가 현저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경우 실사 역량의 한계가 뚜렷해 평가 의뢰가 무의미한 결과가 돌아온다
역량이 부족한 평가사들이 고객사 눈치를 봐가며 평가하는 부적절한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는 지적도 적잖이 나온다. 고객사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산가치 하락을 숨겨주는 부적절한 방향으로 평가를 한다는 이야기다.
“터무니없는 저예산 받고 소신평가 가능하겠나”...억울한 평가업계
반면 평가사 측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평가 예산이 터무니없다고 토로한다. 저예산을 지급하고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는 것이다. 실제 한 공제회의 경우 연간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책정하고 100여건의 대체투자 평가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공인회계사는 “일반적으로 비상장회사 가치평가 하나 하는 데에 1000만원이 든다. 적은 예산으로 과하게 많은 자산군의 모니터링을 요구하면 결과값이 합리적으로 나올 리가 없지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채권평가사 관계자는 “결국 평가 서비스 공급은 수요에 맞춰간다”며 “평가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합리성부터 되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