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헤지펀드와 대기업 계열사간 경영권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권 다툼 모습이 우리에겐 전혀 낯선 광경은 아니다. 지난 2003년 뉴질랜드계 자산운용회사 소버린과 SK간의 경영권 분쟁, 2004년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와 삼성물산, 2006년 국제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KT&G 등 공격 주체와 해당 기업만 다를뿐 판박이처럼 유사한 사건들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다.
대기업과 외국계 펀드간 경영권분쟁은 대기업의 상처뿐인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고 공격 주체인 외국계 자금은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둔 후 철수해 버렸기 때문이다. ‘먹튀논란’이 일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반복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외국계 자금 공격을 받았던 기업들이 지닌 공통적인 문제점은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불투명한 경영의사결정 구조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에 대한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투자펀드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 대응과정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외국계 자금이 공격하면 방어전은 대규모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사후대응보다는 사전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예방대책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고 주주친화적 기업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호시탐탐 수익기회를 노리는 글로벌 자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상응하는 단계별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해외는 물론 국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