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보다 더 무섭다…尹 기업 프랜들리 믿었는데”

[공정위 특사경 도입 논란]①
법무부, 인수위에 공정위 특사경 도입 보고
檢 지휘 받는 특사경…檢-공정위, 기업 정보 공유
재계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더 큰 압박”
  • 등록 2022-04-07 오전 5:00:00

    수정 2022-04-07 오전 7:49:4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김상윤 기자] 법무부가 기업 불공정거래를 조사·제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의 지휘를 받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도입을 새 정부에 제안하면서 재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과도한 형사처벌로 기업활동 위축을 막기 위한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반대로 검찰의 기업 사정이 훨씬 매서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앞서 법무부는 인수위에 공정위에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특사경이란 전문분야에 대한 단속·수사권을 행정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검사 지휘를 받는다. 법무부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거래 공약을 이행할 수단 중 하나로 공정위 특사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공정위 특사경 도입을 우려하는 것은 공정위 조사과정부터 검찰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남용에 대해 조사할 때 특사경이 도입됐다면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때부터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기업들은 검찰이 특사경을 통해 얻은 정보로 나중에 별건 수사를 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보가 풍부해진 검찰이 선택적인 기업 정보수집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공정위 전속고발권도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의 수사-개시-종결 지휘를 받는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막으려 도입된 전속고발권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게 경쟁법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공정거래법에 지나치게 형벌조항이 많아 행정제재를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도 특사경 도입 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특사경 도입은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더 큰 압박으로 느껴진다.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서 기대했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특사경 도입 시 모든 공정거래사건이 형벌로 가게 돼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검찰에서는 ‘경영 활력과 기업 위법 행위 방조는 다른 문제’라고 반박한다. 특히 빠른 증거 확보가 중요한 경성 담합의 경우는 공정위 ‘임의조사’ 보다 특사경을 통한 ‘강제조사’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기관이 협조해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해진 부분도 없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전속고발제: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제도.

특별사법경찰관: 전문분야 수사를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이 지휘하는 제도. 특사경은 검찰에 압수영장 등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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