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가 2만명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몸집을 줄이고 경영효율화를 위해서라지만, 고졸·여성·장애인 등 사회형평 채용과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의료·복지 기관들의 채용까지 줄인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상임임원을 둔 공공기관은 10곳 중 1곳 수준에 그치는 등 ‘유리천장’은 더욱 견고해진 모습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9일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339개 공공기관을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정직원 기준) 규모는 총 2만207명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는 조직과 인력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적으로 공공기관의 ‘몸집 줄이기’를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4만1189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는 △2020년 2만9845명 △2021년 2만5981명 △2022년 2만4466명 △2023년 2만207명 등으로 4년째 감소세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339곳 중 약 65%에 달하는 223곳에서 전년대비 채용을 축소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과 맞물려 대학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채용을 세자릿수 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채용을 늘린 곳은 98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청년, 고졸, 장애인, 여성 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마저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공공기관들의 청년 채용 비중은 2022년 83%에서 2023년 78.5%로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장애인(3%→2.4%), 여성(50.8%→49.4%) 채용의 비중도 축소됐다. 2020년 전체 공공기관 채용의 14%에 달했던 고졸 채용 비중은 8.7%까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경우 일률적인 기준에 따른 조정이 아닌, 기관별 특성과 수요 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이라면 인력 위주 구조개혁이 가능하지만, 복지나 의료 등은 인력이 오히려 더 필요할 수도 있는 곳”이라며 “일방적인 감축이 아닌 사회적 필요와 역할을 고려하는 운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수도 △2022년 832명 △2023년 788명 △2024년 754명 등으로 계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상임임원을 둔 공공기관은 42곳(12.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