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소아한의원 유한정 원장]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면 손이 빨갛게 되고 가려워한다면서 8세 여아가 내원했다. 몇 년 동안 날이 추워지면 반복된 증상이며 얼굴 쪽은 증상이 없고 손은 장갑을 끼면 증상이 덜 하긴 하나 허벅지도 가려워하고 붉은 발진이 있었다. 피부 증상을 몇 가지 확인하니 ‘한랭 두드러기’ 였다.
두드러기는 피부나 점막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되면서 일시적으로 혈액의 혈장 성분이 혈관 밖으로 나와 조직 내에 축적되어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피부질환이다. 음식, 약물, 물리적 자극, 식품 첨가제,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사례도 많다.
| 함소아한의원 유한정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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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랭 두드러기는 찬 공기, 찬 물질에 노출되면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움이 느껴지는데 차가운 공기에 접촉한 부분에만 생기기도 하지만 전신으로 피부 발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외부에서 찬 공기를 쏘이고 따뜻한 실내로 들어왔을 때 증상이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많은 경우 날씨가 추운 가을, 겨울철에 발생하지만 여름에도 냉방을 너무 강하게 하는 환경에서 맨 살을 드러내고 있으면 생길 수 있다.
한랭 두드러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갑작스럽게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한랭 글로불린, 한랭 응집소 등 한랭 관련 물질이나 특이한 면역 글로불린 E가 체내에서 불필요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켜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추운 날씨에 노출될 경우 두드러기 유발 물질이 분비되어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응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지만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수두, 홍역 등의 감염 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호르몬 조절 이상, 자율 신경계 조절 이상, 약물 과민반응의 후유증으로도 한랭 두드러기가 발생할 수 있다.
치료가 어려운 점은 한랭 두드러기 증상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두드러기 보다 항히스타민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해야 증상이 완화가 되는 경우가 많고, 2-3가지 항히스타민제를 한번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히스타민제에 반응이 약해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야 증상이 진정되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수영이나 냉수욕으로 전신에 찬물이 닿게 되면 전신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하고,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목 안쪽이 부어올라 호흡 곤란이 생길 수도 있다. 한랭 두드러기는 특정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에만 조심하면서 지내면 봄, 여름, 가을까지는 증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근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매년 고생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만성 경과를 밟게 되므로, 두드러기가 생기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해야 재발을 하지 않는다.
한랭 두드러기는 기본적인 열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거나, 열에너지는 어느 정도 있는데 손발과 같은 말초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위해서는 각자 체질에 맞는 약재로 구성된 적합한 한약 처방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울 때만 증상이 나타나는 연례행사로만 가볍게 넘기지 말고, 이런 증상들은 내 몸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신호인만큼 최대한 빨리 적절한 생활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랭 두드러기는 예방이 필수적이다. 실내 온도를 너무 높이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두드러기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20-22℃로 유지하고 습도도 40% 이상이 되도록 한다. 한여름이라도 찬물 샤워나 수영은 절대 피하도록 한다. 목욕은 5-10분 정도 따뜻한 물로 하는 것이 적당하고, 샤워는 하루에 한 번 정도만 하는 것을 권장한다. 직접적인 추위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외출 시에는 목도리,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다. 만약 추위에 맨 살이 노출됐다면 갑자기 더운 곳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한랭 두드러기는 손발에 잘 나타나므로, 추운 날씨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외출하지 않도록 하고 손을 자주 비벼 말초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