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아니면 폐업…'길고 굵은' 4단계에 무너지는 자영업

[몰락하는 자영업자]①4단계 직격탄 맞은 서울 상권
휴·폐업 점포 속출…"인건비·전기료라도 아껴야"
백반·한정식, 호프·소주방 등 업종 매출 '반 토막'
"자영업자 사회안전망 논의 절실"
  • 등록 2021-08-13 오전 5:00:00

    수정 2021-08-13 오전 5:00:00

11일 오후 서울 신촌 먹자골목. 이른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영업을 하는 가게는 많지 않았다.(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임대료가 아깝지만 전기료와 인건비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1일 저녁 서울 신촌 먹자골목. 이곳에서 6년간 주점을 운영한 나 모씨는 다음 주부터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0명을 넘어서자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저녁 장사로 먹고 사는 가게에 4단계 거리두기는 ‘영업금지’나 마찬가지”라며 “월세 150만원을 빚으로 내더라도 거리두기가 풀릴 때까진 장사를 안 하는 게 돈을 아끼는 일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정부의 고강도 방역조치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서울 핵심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3인 이상 모임 제한으로 사실상 저녁 영업이 막힌 고깃집이나 주점, 노래방 등 업종은 매출이 반 토막 나며 장사를 중단하거나 가게를 내놓는 곳이 속출한다.

12일 한국신용데이터포털이 최근 전국 80만개 자영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4단계 거리두기 3주차(7월26일~8월1일) 서울 지역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특히 3인 이상·오후 10시 영업제한이 걸린 저녁 장사는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종로구는 4단계 거리두기 3주차 저녁 매출(오후 6시~익일 오전 6시)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나 줄었다. 홍대입구와 합정·상수 등 인기 상권이 모인 마포구 역시 46% 감소했다.

11일 오후 서울 신촌 먹자골목.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임대 혹은 점포정리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실제로 신촌 거리에는 ‘임대’, ‘휴업’ 문구가 붙은 가게가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보였다.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도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통째로 불이 꺼진 빈 건물도 적지 않았다. 인근에서 대포집을 운영하는 오 모씨도 “한 팀이 와 3만원어치를 먹고 간 게 오늘 저녁 매출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들을 무엇보다 두렵게 하는 건 4단계 조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용산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어제 유통업체에 전화해 주류 발주를 다음 달로 미뤄달라고 부탁했다”며 “짧고 굵게 4단계 끝낸다더니, 도대체 언제까지 거리두기 연장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초체력이 바닥난 자영업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실업급여제 같은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도가 이뤄진 것처럼, 코로나19 상황 속에 가장 피해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긴급지원과 사회안전망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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