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에 투자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대표는 향후 밸류업(가치상향) 계획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뛴 점을 보면 마진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며 확신을 드러냈다.
국내 치킨 업체가 투자 유치는 물론 인수합병(M&A)을 통한 ‘볼트온’(동종 업계 인수합병)을 속속 이뤄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 간식’을 넘어선 성장세에 베팅한 투자금으로 여타 외식 업종까지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다.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는 식음료(F&B) 투자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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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는 지난달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한국법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BHC그룹은 국내 2위 치킨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불소식당 등을 추가로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인수는 업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원매자들과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매각을 타진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인구 감소 여파로 새 주인 찾기는 계속 미뤄져 왔다. 인수전 속도를 늦추면서 매각 타이밍을 재던 와중 BHC가 유력 원매자로 등장한 것이다.
BHC 이전에도 투자자들의 치킨 사랑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연초 외식 전문 기업인 네오아티잔으로부터 효도치킨과 수제 버거인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를 약 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견 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도 코스톤아시아와 함께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을 운영하는 노랑푸드 지분 100%를 700억원에 사들였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앞서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에 투자하기도 했다.
F&B 투자 저조에도 치킨 잠재력 여전
‘먹는 게 남는거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지만 치킨만은 예외를 보이고 있다. 출렁이는 외식 수요에 영향을 타지 않는 품목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어서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배달앱 서비스 시대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바일 리서치 조사기관인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배달서비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배달 앱 서비스로 주문하는 치킨 배달 비중은 69.9%로 2위인 중식(45.6%)과 분식(34.1%)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성별(남성 68%·여성 71.7%)은 물론 20~50대 연령대별로 70% 육박하는 비중을 보이면서 배달앱 시대에도 이른바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근 투자를 집행한 PEF들도 이러한 상황을 견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대형 매장을 줄이고 배달 특화 매장으로 마진 개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가성비 올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밖에 다양한 연령 공략을 위한 특제 소스나 치킨 버거 등 신메뉴 개발로 수요층을 늘려가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각 치킨 프랜차이즈별 배달·포장 매출 수요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비율은 더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치킨 수요가 견고하게 받쳐주면서 현 시점이 저점인 여타 F&B 인수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