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지역화폐에 얹어주는 인센티브가 있다고 해서 지출 계획에 없던 돈을 더 쓰는건 아닌 만큼 효과에 의문이 있다. 게다가 지자체들의 내년도 재정여건도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경기도 한 기초 단체장)
지역화폐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하는 재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더욱이 내년부터 정부 세수감소에 대한 타격이 국책사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재정여건 전반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막연한 지역화폐 효과만을 토대로 관련 정책을 결정하기 보다 지역화폐 효과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올해 총 3525억 원의 지역화폐 예산을 책정, 지출했다. 2023년 예산을 수립할 당시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지만 국회차원의 증액 절차를 거쳐 이 금액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지역화폐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재정여건 등을 이유로 2024년도에서도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는데 지난 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사실상 단독으로 7000억 원의 지역화폐 예산안 증액을 골자로 하는 정부 예산을 의결해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화폐,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유용”
지역화폐 소비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소상공인들은 야당의 입장과 같이 지역화폐 예산의 존치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소상공인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 중 정책자금 대출을 제외하고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지역화폐가 유일하다”며 “플랫폼기업에 소비가 집중된 상황에서 그나마 지역화폐가 있으니까 소상공인들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대다수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인센티브 요율을 6% 안팎으로 줄였고, 소상공인들의 매출에서 지역화폐가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회장은 “아마 지금은 소상공인들의 매출 중 지역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될테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효과는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정완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민간부문이 침체되었을 때 최대 피해자는 중산층 이하의 계층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투입은 거시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지역화폐는 비록 일부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중산층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동시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 예산에 지자체 예산까지 더해 천문학적인 재정이 지역화폐에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혜택이 일부 업종에만 집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취급하는 모든 업종의 2020년 상반기 매장 당 지역화폐 매출액 평균은 260만 원이지만 같은 기간 병원에서는 무려 2200만 원이 쓰였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지역화폐지만 그 효과가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편중된 셈이다.
또한 지역화폐를 통한 결제금액의 49%가 전체 가맹점 중 30%에 불과한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업종에 집중된 것 역시 지역화폐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화폐에 의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효과성을 입증하고 난 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성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역화폐 정책은 서민경제 상황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했었을 수 있지만 지금에 와서도 이를 무조건적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정치권에서는 지역화폐를 두고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 유지와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은 정치적 관점을 떠나 그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따른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예산을 쓰는데 있어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