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에서 추 전 장관은 집값안정화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세를 올리는 걸 굉장히 두려워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보유세가 우리보다 6~7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그러면서 "'미국은 자유시장주의 아래 어떤 규제도 없고 세금도 당연히 우리보다 낮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오히려) 미국은 시장의 질서의 공정성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나라이다"며 "우리가 좀 막연하게 기득권 논리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집값과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추 전 장관이 말한 '미국의 보유세는 우리나라보다 6~7배 높다'는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해봤다.
미국 보유세는 우리나라보다 6~7배 더 높다? → '대체로 사실 아님'
우선 미국의 부동산 세금 현황을 살펴보았다.
미국의 경우 재산세(Property Tax)를 통해 세금을 부과하며, 우리나라처럼 재산세 이외에 종합부동산세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은 50개 주(州)와 각 자치구(County, Town)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 회사인 스마트애셋(SmartAsset)을 통해 미국 내 각 주·자치구 별 재산세율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미국에서 재산세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뉴저지(New Jersey) 주는 평균 2.42%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미국 평균(1.0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뉴저지 주 내에서도 재산세는 천차만별인데 미들섹스 카운티(Middlesex County)는 2.39% 정도이다. 이에 따라 미들섹스 카운티에서는 25만달러(약 2억 8624만원) 주택에 대해 연간 5975달러(약 684만원)를 부과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District of Columbia)의 평균 재산세율은 0.55%로, 미국 내 재산세가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부동산 재산세 중위 납부액은 3647달러(약 417만원)로 전국 평균(2578 달러,약 295만원)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워싱턴 D.C에서는 25만 달러 주택에 대해 1375달러 (약 157만원)을 부과한다.
또한 앨라배마(Alabama) 주도 미국에서 재산세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이다. 이에 앨라배마 주의 주택 소유자는 평균 연간 609 달러(약 69만원)를 지불하며, 이는 전국 평균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이때 앨라배마 주 내 평균 세율은 세인트 클레어 카운티(Saint Clair County)의 0.31%로, 25만달러 주택에 대해 연간 775 달러(약 88만원)를 부과한다.
다음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보유세율은 0.16%로 미국(0.99%)에 비해 약 6분의 1 수준이다. 이는 OECD 주요 국가 평균인 0.54%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8개국 중 매우 낮은 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또한 2018년 기준 0.82%로 OECD 평균 1.07%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2018년 주요 국가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는 미국 2.73%, 영국 3.09%, 프랑스 2.66%로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것.
다만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예산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대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부동산 실효세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제각각이어서 직접 비교가 곤란하다"고 답했다. 즉 보고서에서 사용된 자료가 각 나라의 부동산세에 대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부동산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치에 보유 세수를 나누어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의 가치를 판단하는 반면, 미국은 부동산 가치에 토지 등을 제외한 주택 등 건물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국가간 기준이 다른 경우 단순하게 세율로만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국회예산처 설명이다. 또 국제기구가 부동산 실효세율에 대한 수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은 것도 실효세율로 국가 간 비교를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각 나라 별 세금 방식 달라, 단순 비교 어려워"
전문가 역시 각 나라 별 세금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세 이외에도 종부세, 취득세, 상속증여세, 양도세 등이 있다"며 "이것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OECD기준으로 GDP 대비 부동산 세금(재산세, 종부세, 취득세, 상속증여세, 양도소득세)을 봐야 국제 비교가 가능하다"며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의 주장과 달리 부동산 세금이 많은 편이라는 것.
유 의원 조사에서도 지난 2018년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상속세·양도소득세 등 세금은 GDP 대비 4.05% 정도였다. 이는 OECD 38개국 회원국 평균인 1.96%의 두 배 이상이다.
정 교수는 "어떤 나라는 상속·증여세가 없기도 하고 다른 나라는 취득세나 재산세 자체가 없기도 하다"며 "이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국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은 국민이 가진 자산들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3.9%이고, 미국이나 일본은 20~30% 정도라는 것. 정 교수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총액 대비 보유세를 논할 경우 우리나라가 당연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시지가 정확성 통한 공급 확대 필요"
정 교수는 최근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에 대해 "정확한 공시가격 없이 세금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을 올려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고·저가 주택 모두 세금부담만 늘어났다"며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려다 오히려 시장이 과열되면서 집값이 더 뛰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확하지 않은 공시가격으로 계속해서 증세하면 국민들의 세부담만 늘어나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보유세를 강화한다고 해서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건 최근 1~2년간 우리가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세금은 부과하는 순간 부동산 가격에 반영된다"며 "부과 첫 해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민간거래를 활성화시켜 부동산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공급확대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가능하다"면서 "지금처럼 양도소득세를 과하게 부과하면 매물이 줄어 공급이 줄어든다. 결국 공급부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