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승자독식', 미국의 이상한 민주주의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로 최종 결과 예측 혼란
연방헌법 선거인단 투표 규정, 비례성 떨어짐에도 유지
유권자 자동등록제도 없어, 곳곳 '반민주적' 제도
  • 등록 2020-11-07 오전 12:05:00

    수정 2020-11-07 오전 12:05: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만큼 미국 정치인들이 즐겨 하는 말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본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합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나라에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간접투표’로 뽑는 모습에서 미국식 민주주의의 본령이 무엇인지 의문마저 듭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AP)
다수결 투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민 주권’의 가치를 질적으로 측정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1인 1표라는 원칙을 통해 그 가치를 양적으로나마 측정하고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투표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투표를 이용한 선거에선 1인 1표의 비례성이 투표 결과에 잘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시작부터 실패에 가깝습니다. 1인 1표라는 원칙이 투표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주별로 지정된 선거인단을 전 국민 투표로 뽑은 뒤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거인단은 승자독식 형태로 뽑혀 대표성 훼손의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한 후보가 특정 주에서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았더라도 1위 득표를 하지 못하면 그 주의 선거인단은 모조리 1위 후보자에게 가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선거인단 투표는 미국 헌법 제2조에 규정된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수정헌법 12조, 20조 등 세부 내용을 보완한 개헌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복잡한 정치적 이유로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투표만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진=AP
물론 인구 비례 등으로 선거인단 수를 달리해 비례성 훼손이라는 지적을 보완한다고 하지만 선거인단의 배분 자체가 대단히 정치적인 결정이므로 근본적으로 민의의 반영 측면에서 간선투표가 가지는 장점을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유권자 등록제를 둬 생업 등으로 바쁜 이들의 선거 포기를 사실상 방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권을 가진 모든 국민이 자동 등록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를 통보하는 형식인 데 반해 미국은 직접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권 자격이 있어도 투표를 하지 못합니다.

일부 주가 자동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편한 등록제 때문에 선거마다 실제 유권자의 80% 내외만 유권자 등록을 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선거 방식에 더해 연방국가답게 각 주 정부마다 다른 사정, 규정 등으로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들이 많이도 들려왔습니다.

우편투표 용지가 분실됐다거나, 주소지 오류로 이미 투표를 한 이들도 현장 투표 명단에 그대로 남았다거나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이는 곧장 낙선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투표를 주장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전국민 통합 유권자 명부 관리로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면 주소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 선거 환경을 생각하면, 미국의 이번 대선 해프닝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명성을 의심케 할 지경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업적에 관한 평가는 별개로, 이번 대선을 통해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괴팍한 인물임은 비교적 분명해졌습니다.

미국 정치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는 인물이 선거 전부터 불복 뉘앙스를 풍기더니, 자신에게 불리한 개표 결과가 진행되자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황당한 행태까지 보인 까닭입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에 보인 냉담한 반응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처한 난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더불어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은 어느 곳에서든, 어느 순간에든 멈추기 어렵다는 사실도 일깨워주는 듯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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