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37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1987년 여성을 대상으로 도입된 데 이어 1995년부터 남성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출생률 저하 추세가 가팔라지는 데 대응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체 중 52.5%만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20.4%나 된다.
남녀 간, 대·중소기업 간 사용률 격차는 표류하는 육아휴직 제도의 단면이다. 통계청의 ‘2022년 육아휴직 통계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2.9%는 여성이었고, 남성 사용자는 27.1%에 그쳤다.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 부모를 보면 부(남성)가 5명, 모(여성)가 30명이다. 직장은 남성 사용자의 70.1%와 여성 사용자의 60.0%가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이다.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 대상자 중 여성 79.2%, 남성 9.3%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5인 미만 소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32.7%와 3.2%로 훨씬 낮다.
육아휴직 제도는 출생률 제고 정책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도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탓에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5위 수준이지만 사용률은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녀출산지원금을 비롯해 다양한 출산 의욕 고취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지 않는 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육아휴직 제도의 경직성을 사용률 저조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예로 육아휴직을 한 달 이상씩 두 번까지만 나눠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배우자나 조부모에게 휴직 기간이나 급여를 양도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럽 국가들의 선례를 본받아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야가 주목해야 할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