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창업자 옆을 지키며 데스밸리를 함께 넘어서는 3인방이 있다. 초기 투자 벤처캐피털(VC) 3사의 시니어 심사역 △임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파트너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 △김경민 500글로벌 파트너다. 포트폴리오가 하나둘씩 겹치면서 접점이 생겨 친해졌다는 이들. 이데일리가 직접 만나 하우스별 개성과 그 속에서도 통하는 3인방의 투자전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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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파트너는 500글로벌이 한국펀드를 론칭한 2015년부터 합류했다. 영국 런던대 공연학과 졸업하고 공연 프로덕션·엔터·광고사를 거쳤는데, 주변에 창업가가 많아 팀채 500글로벌 대표를 소개받으면서 연이 닿았다. 한국펀드를 운용하며 분야를 막론하고 카테고리별 리더 기업을 발굴한다. 그는 “공연·엔터와 AC 다 만들어내는 직업으로 역할과 성향, 성공 확률까지 굉장히 비슷해 잘 맞았다”고 전했다. 이어 “액셀러레이팅하면서 긴 시간 함께 하므로 관계 기반으로 움직인다”며 “첫 번째 창업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드물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두나무앤파트너스에 합류한 임수진 파트너는 티몬 초기 멤버 출신으로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지인들은 물론 남편까지 창업자 대표인데다 엔젤 투자 경험도 있기에, 기업투자를 업으로 삼기로 맘먹으면서 VC에 입문했다. 그는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며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게 VC 일인데 창업을 경험해본 심사역은 많지 않다”며 “스타트업에서 오래 협업해본 경험을 살려 초기기업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블록체인, 핀테크, 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에 주로 투자하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해당 기술들이 향후 잘 접목될 수 있는 B2C·B2C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더 좋은 조건의 하우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한 와중에 이들은 각 하우스 출범 초기 입사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하우스가 자리 잡지 않았던 초기 합류했기 때문에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LP) 영업이나 투자 방향성 수립, 정체성 확보, 수익성 제고 등 내부 사정 전반에 관여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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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적인 투자 포인트는 사람이다. 뚜렷한 수익성 지표보단 팀과 가능성에 투자하기에 커리어와 평판 조회는 기본이다. 장 이사는 이에 더해 얼마나 명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내느냐에 집중한다. 그는 “성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팀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면서 꾸준히 끌고 가려면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 사명감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상 깊은 포트폴리오는 인재 채용지원 HR 기업 탤런트리를 꼽았다. 기업마다 채용 고민이 많은데, 탤런트리는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사이드잡을 통해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착안해 우리나라에서도 인력난을 사이드잡 형태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임수진 파트너는 시장 규모를 따진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기본적으로 큰 시장에서 뾰족한 전략과 실행력으로 사람들의 돈이나 시간 소비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는 것. 그는 “거대 금융시장에서 펀드매니저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고 투자금을 운용하는데,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펀드매니저보다 AI기술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뾰족한 진입로를 확보했다”며 “이처럼 의미 있는 작은 변화를 이끌며 파이를 키우는 플레이어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김경민 파트너는 시장 규모에 더해 ‘코치 수용성’(coachability)을 관건으로 꼽았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가 많은데, 이럴 때 얼마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은 핀다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로, 2010년대 중반 규제가 심했고 마켓핏을 찾기 어려웠으나 잘 살아남았다”며 “생각했던 핀테크의 미래를 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3인방 모두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만큼, 피투자기업이 힘들면 발 벗고 나선다.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사업모델 구체화와 전략 수립에 때로는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HR, 멘탈 관리를 돕는다.
이를 위해 쌓아둔 하우스별 역량은 천차만별. 카카오벤처스는 패밀리 네트워크가 핵심 강점이다. 피투자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선경험한 왓챠나 생활연구소, 당근마켓 등 선배 창업가를 매칭해 해결을 돕는다. 장 이사는 “VC 출신은 전무하고 개발자나 컨설턴트, 애널리스트, 창업자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돼 우리만의 성공 방정식을 정의하고 색을 내왔다”며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진 않기에 오너십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되 도움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요청하는 기업을 찾는다”고 했다.
500글로벌의 강점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한국을 포함한 81개국에서 2600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고 140여개 팀이 각국에 포진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들 가운데 창업자가 원하는 멘토나 인재를 연결해준다. 글로벌 운용 펀드가 많아 프리 시드단계부터 기업공개(IPO)까지 후속 투자할 수 있고, 전문 AC프로그램과 창업자 멘탈 코칭 서비스도 운영한다.
두나무앤파트너스의 경우 펀드 결성 없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 목적이나 만기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하다. 임 파트너는 “스타트업마다 산업과 사업모델이 달라 유의미한 성과가 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자원도 상이하다”며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각 스타트업의 나아가려는 계획과 특성을 존중하며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고 전했다.